안녕하세요, 이번 장마를 대비하기 위해 장화를 산 에디터 E입니다. 유치원 때 이후 처음으로 장화를 신어보는데, 신세계를 경험 중입니다. 부디 올해는 어느 한 곳에 집중호우가 내리지 않고, 전국에 골고루 단비처럼 비가 내리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자유한 종 노릇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바른 삶을 살고 남들을 돕고 섬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낸 지 오래입니다. 남들 앞에서 모범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발에 맞지도 않는 신을 신은 양 절뚝거리며 애쓰는 내 모습에 더 절망한 경험을 진작에 했거든요. 노력이 나의 의가 되는 것도 다분히 경험했습니다. 그럴 때면 율법주의에 빠졌다고 자책도 하고요. 다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우리가 흔히 자유에 대해 갖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잘못된 이해는 자유란 육체와 감정을 따라 마음대로 사는 상태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육체의 편리와 감정의 사치를 따르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다시 죄의 늪에 빠집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가 얻은 자유를 육체의 기회로 삼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래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입니다. […]

사실 갈라디아서 전체는 복음으로 자유를 얻었던 갈라디아 성도들이 예수를 믿은 후 다시 율법주의적 신앙으로 회귀하여 참된 자유를 잃어버리는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바울이 쓴 편지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두 가지 유형의 섬김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율법에 의한 섬김이라면 또 하나는 사랑에 의한 자발적 섬김입니다. 율법에 의한 강요된 섬김은 결국 인간을 노예화하지만 사랑에 의한 자발적 섬김은 오히려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도자 무디의 전기에 실린 일화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세계적인 성경연구대회(Bible Conference)가 열렸을 때 영국에서 귀족들이 이 대회에 참석하겠다는 통보가 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예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귀족 손님이 오면 ‘복도에서 일하는 종’(Hall Servant)들이 대기하다가 밤새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 놓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런 예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무디의 참모들은 개최지가 미국이니, 그런 예우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모들은 무디에게 그 건에 대한 결론을 보고하면서 무디의 견해를 물었다고 합니다. 무디는 빙그레 웃더니 “기도해 볼 일이지요”라고 대답하더랍니다. 그리고 대회 이튿날 아침, 열 명 가까이 되는 영국 귀족들이 숙소에서 잠을 자고 나와 보니 구두 열 켤레가 모두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무디 목사님이 하신 일이지요.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자유로운 섬김의 정신이 아닐까요?

이동원, 『하나님의 선물』

이 책은 지구촌교회를 창립한 이동원 원로목사님이 교회 창립 30주년에 하나님이 주신 선물에 관한 20가지 주제를 엮은 글입니다. 그 중 ‘자유’라는 선물에 관한 일부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자유를 갈라디아서 5장 1절에 근거해 설명합니다. 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더는 죄의 멍에를 메지 않아도 되고,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삶입니다. 그러나 13절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갈 5:13 후반부).

앞서 말한 모습을 피하려다 보니 이제는 날라리 신자 같은 제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는 최소한으로 하고, 남들에게도 그런 것들을 강조하지 않는, 마치 죄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사랑의 하나님만 강조하는 설교자 같은 삶을 사는 저요. 그럼에도 이게 율법주의와 같은 삶보단 낫다고 여겼습니다. ‘적어도 나는 위선적이지 않잖아?’라고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자유’라는 선물을 온전히 즐기려면 내가 즐겁지 않으면 억지로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틀렸습니다. 그런 저의 생각은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은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율법에 의해 강요된 섬김’의 대치점에 ‘섬기지 않음’이 아닌 ‘자발적 섬김’을 두었습니다. 진정 그리스도를 통해 얻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아무 섬김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자발적”으로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내 자유로 섬기는 것이요.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는 것이 자유라는 선물의 결과인 것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생각될 때 저자는 전도자 무디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모두가 영국 귀족에게 예우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질 때 무디는 예우를 떠나 ‘사랑으로 섬김’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의 섬김과 같은 자유로운 섬김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섬김에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지, 즐거운지,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율법주의처럼 보이고 느껴질지라도 내 안에 사랑이 있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면 나는 자유합니다. 교회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 관계에서 이런저런 섬김의 기회를 피하고 있던 것은 위선을 피하거나 의를 내세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핑계로 내 육체의 기회를 삼은 것이더라고요. ‘자유’라는 선물을 진정으로 누리기 위해서 사랑의 종의 자리에 기꺼이 서 있어야겠습니다.

구독자님, 사랑의 종 노릇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잘하고 계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