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E입니다. 지구가 174년만에 가장 덥다더니 벌써부터 더위 방지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느라 가방이 무거워요. 손풍기, 모자, 손수건, 양산 그리고 냉팩까지… 이 더위가 우리가 오랜 시간 자초한 결과인 것 같아 마음마저 무겁네요. 부디 구독자님도 이 여름 잘 나시길 바랍니다.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이런 사람이 교회에?

얼마 전 친구가 “교회에는 왜 성숙한 사람이 없는가?”에 대해 성토했습니다. 교회 지체들이 노골적으로 다른 성도를 차별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때 전 “사람 모이는 곳 어디나 다 똑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와 같이 사람을 불신하고 기대를 걸지 않는 태도가 팽배해진 요즘 같은 시대에 저도 물들어 한 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친구에게 던진 조언은 “네가 더 나은 사람으로서 그들을 감내하라”였습니다. 어차피 고쳐 쓰지 못할 사람 뭐 하러 그들의 불의에 분노하는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에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일깨워 준 책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가난하고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업신여긴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심 속에는,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처럼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수준과 형편과 처지가 서로 다른 인간들만 모여 있어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보편적 교회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직 차별 없는 보편적 구원을 베풀어 주시는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만, 이 세상 그 누구든지 보편적 교회를 이룰 수 있다.

정통파 유대인 바나바, 흑인 노예 출신 시므온, 무명의 이방인 루기오, 불의한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 교회의 원수였던 바울이 한데 모여 안디옥교회를 이루었다. 그들은 사회적 배경이 달랐고, 사상이 달랐고, 삶의 과정과 방식이 달랐고, 사고방식이 달랐으며, 지적 수준이 달랐다. 그들 간에 문화적, 사회적, 이념적, 교육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서로 답답한 일은 또 얼마나 잦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그들 간의 모든 존재적 차이를 극복하고 이상적인 보편적 교회를 이루었다. 그들 개개인이 자신들에게 차별 없는 보편적 구원을 베풀어 주신 주님을 주인으로 모신 보편적 그리스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무리 보편적 교회를 이루고 싶었더라도, 그들 개개인이 자신과 전혀 이질적인 사람들을 온전히 수용할 줄 아는 보편적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가능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보편적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명실상부한 보편적 교회를 이룬 안디옥교회를, ‘저희가 하나 되게 해달라’고 간구하셨던 주님께서 인류 역사를 회복시키는 당신의 통로로 삼으신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무릇 주님 안에서 새로운 생명의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사기꾼도 들어올 수 있어야 하고 술주정뱅이, 살인자, 거지, 독재자도 들어와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만민을 위한 구원자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모이기 원하는 교회는, 단언하건대 주님의 교회가 아니다. 주님을 주인으로 모신 교회라면, 반드시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주님 안에서 차별 없이 한데 어울리는 보편적 교회여야만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전제가 있다. 교회는 제도나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신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보편적 교회이기 위해서는 교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보편적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신경을 통해 신앙을 고백하면서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고 고백한다. 그 ‘공회’가 ‘에클레시암 카똘리깜ecclesiam cathlicam’, 즉 보편적 교회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신경을 통해, 자신이 속한 교회가 보편적 교회여야 함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 고백은 자신이 속한 교회가 보편적 교회가 될 수 있게끔, 그 교회를 이루고 있는 자기 자신이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는 보편적 그리스도인으로 살겠다는 결단의 고백인 것이다. […]

사명자는 자신의 사명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사명으로 사는 사람이다. 주님께서 주시는 사명은, 사명의 겉모양이 어떠하든 본질적으로는 예외 없이 사람을 위한 사명이다.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세우고, 누군가를 회복시키고, 누군가와 삶을 나누는,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살리고 사랑하는 사명이다.

이재철, 『사명자반』

저자는 안디옥 교회가 정통 유대인, 흑인 노예, 무명의 이방인, 불의한 지배계층민, 그리고 박해자였던 사람이 모이던 공동체라고 말합니다(행 13:1-2). 그러나 그런 이질적인 사람들이 서로를 수용하고 보편적 그리스도인이 되고 보편적 교회를 이루었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 또한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는 사도신경의 고백으로 보편적 교회를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보편적 그리스도인, 보편적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사명자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저는 제가 별로 차별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종, 장애, 빈부격차, 성경이 말하는 과부와 고아, 이방인을 향해 친절을 베풀 줄 아는 깨인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사기꾼, 술주정뱅이, 살인자, 거지, 독재자도 들어와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제가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 느낍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진심으로 친근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예배드릴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더라고요.

교회 안에 나와 다르고 나보다 못나고 미성숙하다 여기는 사람을 “감내”하기만 할 뿐 사랑으로 감싸고 삶을 나눌 생각을 안 하는 지난주의 제 모습이 스쳐가면서 “나야말로 미성숙하고 글러먹은 인간이군” 싶어서 부끄러웠습니다. 박해자였던 사울을 하나님의 그릇으로 택하시고 사명자로 세우시는데 내가 이래서야 쓰임 받겠나 싶었습니다.

보편적 그리스도인으로 가는 길을 막는 나의 편견과 나만의 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이미 하나님께서 보편적인 구원을 그리스도를 통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죄성이 남은 전 그걸 자꾸 까먹는가 봐요. 이제는 감내해 준다는 듯한 태도를 버리고 사랑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겠습니다.

구독자님, 혹시 누군가를 보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다면, 박해자 사울로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을 기억해 보세요. 그분의 계획은 우리 모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