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흩날리는 버드나무 씨 때문에 재채기하고 콧물 들이마시느라 정신없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솜털들이 버드나무 씨인 걸 알고 있었나요? 비록 제 코와 목은 괴롭지만, 이렇게 하찮은 솜털이 어떻게 땅에 심겨 연못가에 서 있는 크고 멋진 버드나무가 되는 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경청은 관계의 시작이에요

구독자님은 하루 중 누구와 가장 자주 감정적으로 부딪치나요? 갈등 없이 끝나는 날이 대부분인가요? 오오, 부럽군요. 😮 전 엄마와 가장 자주 부딪칩니다. 모녀 특유의 투닥거림도 있지만 엄마와 전 성향이 매우 다릅니다.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엄마는 매우 소녀 같은 여린 감성의 소유자고 전 꽤나 무뚝뚝한 딸입니다. 성격도 유전이라고 한다면 감이 오지요? 맞아요, 전 아빨 닮았습니다. 아빠도 매우 무뚝뚝한 분이"었습니다." 네, 과거형이에요. 이제는 아니시지요. 덕분에 이제 집에서 엄마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저 하나입니다.

그럼 아빠는 어떻게 엄마와 안 부딪치게 되었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도서에서 아빠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문제보다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이다. 감정에 귀를 기울이면 관계적인 우뇌가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관계 회로가 켜진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감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관계적인 우뇌가 가동을 멈추고 좌뇌만 문제 해결을 위해 풀가동한다.

내가 문제에 관해서 듣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경청을 그만두면 내 뇌의 가동이 문제 해결 부분으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당장 뇌의 기어를 바꾸지 않으면 아내의 문제에 거만하게 반응할 수 있다. 듣기를 성급하게 멈추고 반응했다가는 엉뚱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관계적인 연결이 부족했다고 사과하고 다시 감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관계보다 상대방에게 이기는 것을 중시하는 비관계적 문제 해결 모드에 빠지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방에게 이기려는 자세의 문제점은 이겨서 관계가 강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틀렸는데도 계속해서 이기려고 할수록 인격은 비뚤어진다. […]

사랑하는 사람과 상호작용하다 보면 감정에 귀를 기울일 기회가 끝이 없다. 하나님은 그분의 형상을 따라 우리를 감정을 지닌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렇다. 하나님도 감정이 있으시다!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뭔가가 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정과 위로로 배우자를 격려하기를 바란다. 행복과 슬픔 활동을 매일 하면서 가정의 기쁨 수준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여겨보라.

마커스 워너, 크리스 코시, 『하루 15분, 부부의 시간』

대체 어떤 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여 감사합니다) 세상 무뚝뚝하고 큰소리만 내시고 무서우셨던 아버지가 수년 전 “내가 당신과 아이들에게 너무 잘못한 것 같아. 이제는 전처럼 소리도 안 지르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놀라웠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술김에 감성적으로 빈말을 하셨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하루아침은 아니지만 꽤 빠른 기간 사이에 아버지는 변하셨습니다.

수십 년간 쌓여 온 엄마의 감정의 폭발은 여전한데 아빠는 맞서지 않고 묵묵히 들으시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은 엄마의 과거의 억울함을 듣기 답답하셨는지 말대꾸는 못하시고 공허한 눈으로 먼 산만 바라보실 때도 있었죠. 🤭 그런 아빠의 모습에 엄마도 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자기 잔소리를 듣는 아빠를 긍휼이 여기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희 가족 저녁 식사는 부부(부모님) 위주의 사소한 수다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아빠는 아직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지 않으셨어요. 여전히 스스로 이룬 선으로 천국 가거나 예수 믿는 딸 빽으로 천국 갈 수 있다고 하시죠. 그럼에도 변화한 아빠의 모습은 저나 엄마보다도 더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흔적은 그렇게 아빠를 통해 나타나 저희 가정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마커스 워너와 크리스 코시도 부부 관계에 있어서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강조합니다. 경청이 문제 해결이 아닌 관계 형성에 첫걸음이라고요. ‘비관계적 문제 해결 모드’로 상대방과 작용하는 것은 결국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비뚤어진 인격만 야기한다고 말합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전 엄마와의 관계에서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못난 딸입니다. 엄마가 못 하는 컴퓨터 좀 할 줄 안다고 거들먹거리고, 엄마의 말에 “응, 아니, 맞아, 틀려, 그건 중요하지 않아”로만 대답하는 배은망덕한 자식이죠. 그러나 저에게도 갱생의 희망은 있습니다. 아빠가 변하셨듯 저도 변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의 책을 읽으면서 아직 예수님을 잘 몰라도, 우리 안에 내재된 하나님의 형상이 우리를 관계의 존재로 거듭나게 하신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빠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만날 때, 그리고 제가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화되어 갈 때 나타날 하나님의 임재를 기대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구독자님에게도 그런 관계의 기쁨이 있으실 것을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