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E입니다. 전 봄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길을 걷다가 새로 난 연두색 이파리들을 만져 보면 엄청 연하고 부드럽잖아요. 그런 느낌에 감동을 하곤 합니다. 얘네들이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이 작은 싹들이 언제 사람 얼굴보다 큰 잎이 되는 걸까? 신기해서 고개를 쳐들고 키 높은 나무에 달라붙은 하찮은 연노랑 나뭇잎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자식들, 잘 자라는군’ 하면서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이게 제 마음이에요

MBTI로 사람을 정의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전 꽤나 T입니다. 그런 저의 독서 취향은 뻔하게도 실용서, 인문학, 경제 경영, 그리고 신앙 도서보다도 신학론, 변증서, 교회사 등입니다. 시편을 읽어도 저자들의 고백에 깊이에 감동하기보다 “이렇게 기도해도 되나 보군?” 하는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더 많고요. 제 손으로 시집 한 번 사 본 적 없고, 좋아하는 시라곤 10여년 전 잘 나가던 하상욱 시인의 일명 ‘병맛 시’들이었죠. 반전 매력(개그)이라도 있어야 읽었단 말입니다. 그런 제게 시집 리뷰라니, 심지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시인의 시를 읽고 리뷰를 써야 한다니! “하나님, 너무 가혹하신 거 아녜요?” 싶었습니다.

사실 오늘 책에 담긴 모든 시는 나태주 시인이 딸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에겐 이제 딸아이만 딸이 아니다.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은 다 딸이고 또 세상의 귀엽고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또한 모두가 딸이다. 딸의 의미가 그렇게 한껏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보다 보편화 된 딸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딸들아. 살기가 힘드냐? 견뎌내기가 버겁냐? 그럴 것이다. 그래도 참아야 하고 견뎌내야 한다. 너희들도 가슴속에 꿈꾸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품어보기 바란다. 다시금 너의 딸들을 사랑하기 바란다. 그러면 조금씩 견뎌지고 이겨내지고 끝내 꽃을 피워내는 날이 있기도 할 것이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 구독자님과 나누고 싶은 시를 골라 봤어요.

너를 보낸다

잘 가고 있겠지
그래 잘 가고 있을 거야

어디만큼 갔을까?
그래 거기만큼 가고 있을 거야

내가 모르는 장소
내가 모르는 시간

하늘 보며
하늘의 구름 보며

너를 꿈꾼다
손을 흔든다.

나태주,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이 시는 제가 두 대상을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첫 번째 대상은 나보다 먼저 천국으로 간 사람들이에요. 제대로 안녕을 고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인사하고 환송한 사람들이 그리울 때 제 마음 같아서요. 왜 떠났는지, 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거라고 믿으며 천국에서 볼 날을 기다리는 제 마음 같았습니다.

동시에 저의 다음 세대들의 미래를 그리는 제 마음 같기도 했어요. 저와는 다른 고민과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데 나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삶에 조언해 줄 수 없는 막막함이 일 때, 그들이 가는 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그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랄까요? 필시 제 부모님도 절 보며 저런 생각을 하시겠죠.

의외로 시집을 읽으면서 많은 시에 공감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이나 배우자도 없고, 부모나 자매를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데도 그의 시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런 감정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간절한 사랑과 나를 향해 보고 싶다고 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감성이 아닌 이성적 사고로도 그것이 나에게 분에 넘치고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부모와 웃어른들을 통해 저에게 그런 사랑을 보여 주셨고, 친구들을 통해 우정의 형태로 바라만 봐도 이해하고 씩 웃을 수 있는 사랑도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가장 한없는 사랑을 경험하게 한 건 단연코 여전히 멀어지는 나를 애타게 불러 주시는 하나님이신 걸 지난 세월동안 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늘 다시금 시인이 말한 것처럼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무엇이 있을까, 누구를 보고 무엇을 품어야 그처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묵상해 봅니다.

구독자님의 마음을 흔드는 시 하나 나눠 주실래요? 구독자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