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가스레인지를 일주일만 안 써도 불이 붙지 않는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자취하면서 요리를 할 일이 없어 일주일을 방치해 두었더니, 가스 배관에 공기가 차서 불이 안 나오더라고요. 오랜만에 달걀 프라이를 해먹고 싶었는데… 뭐든 안 하다 하려면 잘 되는 법이 없네요 😓 이번 주는 성실하게 살아내 보자고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절대 주권이 주는 자유

지난 레터(기독교 세계관)에 이어 이번 주도 만만치 않은 주제(신학)를 들고 온 에디터 B. 🫠 실용서·인문학·신학론·변증서를 좋아하는 에디터 E와 달리, 저는 시집·에세이·일반 신앙 도서류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에디터 E와 순서를 바꿔 쓸 걸 그랬나 봐요 ^^; 아무튼 입맛에 맞는 책들만 골라 소개하지 않고, 지금 이 시점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들을 레터에 실으려는 에디터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연성화되어가는 크리스천 콘텐츠들 속 우리의 잠든 사고를 깨우고, 신학 관련 도서에 대한 평신도들의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될 한 장을 들고 왔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지성과 영성에 세례를 받는 것 같았어요. 🧚🏻✨

당신이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라면 당신은 영원 전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그분이 창세전부터 당신에게 은총을 베푸셨다. 무력한 상태에 있는 당신을 그분이 특별히 생각하여 택해 주셨다. 그분 자신을 위하여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셨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하나님의 마음에 들 만한 일을 전혀 한 게 없는데 그분이 값없이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셨다.

우리를 택하신 이유도 이스라엘을 택하신 이유와 똑같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하셨나니”(신 7:7-8).

잘 읽어 보라.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영원 전부터 그렇게 하기로 작정하셨다. 게다가 당신을 향한 그분의 사랑은 시작이 없으므로 끝도 없다. 우리가 이 책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다만 하나님이 그 영원한 사랑을 어떻게 역사 속에 실현하셔서 자신의 소유인 우리를 구원하시고 그분을 영원히 즐거워하게 하시는가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로 당신이 이 놀라운 주권적 은혜를 갈수록 더 깊이 경험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존 파이퍼, 『나는 나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는 은혜의 교리, 성경적 신학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칼빈주의 5대 강령(Five Points)"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오늘의 한 장은 5대 강령 중 하나인 "무조건적 선택"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구원과 성화에 제 의지와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셔서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주셨으니, 내가 믿어야 하고, 내가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고요. 그래서 선택과 유기 교리를 이해할 때도 "하나님이 믿을 사람과 믿지 않을 사람을 미리 아시고 선택 혹은 유기하신다"고 받아들였어요. 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며 신실하게 살 것을 권면하셨기 때문에, 제 선택에 의해 구원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저자는 이것이 잘못된 이해라고 말해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만 영생을 얻는 것은 맞지만, 믿음이 선택의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이 믿음의 조건인 것이라고요. 쉽게 말해, 먼저 믿어서 양이 되는 게 아니라 양이기에 믿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즉 하나님의 선택이 믿음보다 선행했고 믿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선택받은 사람들은 강압에 못 이겨 그리스도께 나아오게 되는 걸까요? 저자는 불가항력적 은혜에 대해 "싫다는 사람을 하나님 나라로 질질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싫다는 사람에게 원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십자가를 미련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참으로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한다고요.

그리고 이 강령에서 선택받은 사람들은 구원을 잃어버릴 수 없다는 근거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저자는 "성도의 가장 근본적인 표지는 행위가 아니라 신분이다. 거듭난 존재이자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의 정체성은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가 싸워야 할 믿음의 싸움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하나님은 믿음의 싸움을 우리한테만 맡겨 두지 않으신다. 그분은 우리를 불러 행하게 하신 일을 자신이 친히 이루신다. 우리 안에서 계속 역사하시고 우리를 지키신다. 그 결과로 우리는 죄를 미워하게 되며, 결코 죄와 영원히 화해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결국 칼빈주의 5대 강령의 핵심은, 구원이든 성화든 하나님이 전적으로 책임지신다는 거예요. 제 어떠함과 상관없이 말입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해요. "하나님은 새 언약에 동참할 자격을 얻거나 유지하는 일을 타락한 인간의 의지력에 최종적으로 맡겨두지 않으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새 마음, 곧 여호와를 경외하는 마음을 주신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지 인간의 일이 아니다." 이 진리를 마주하고 주저앉아 울고 싶었어요. 그리스도인으로 실패하지 않으려고 홀로 아등바등 대며 지쳐가고 있던 제게 이 진리가 다행이다 싶은 안도감과 자유함을 주었거든요.

내게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할 수가 있나요. 절대 주권이라는 하나님의 속성을 진심으로 찬양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곤 최대한 그분께 더 아뢰고, 부르짖고, 의지하는 것! 이 진리에 대한 확신을 열심히 지키는 것! 저자는 그때 비로소 예배의 기쁨이 회복되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거룩하게 살 힘을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제야 왜 저자가 "그분을 즐거워하려면 먼저 그분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는지 알겠어요. 교리는 단순히 지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가슴과 삶으로 이어지는 능력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구독자님, 혹시 내 신앙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면, 교리로 빼곡히 채워진 책을 한번 열어보세요. 은혜를 제대로 알게 될 때, 머릿속부터 온 마음, 온 삶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