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 사이 배탈로 엄청 고생하고 있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TMI이긴 하지만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이 괴로움은 다 제 욕심에서 난 것입니다. 정말 많이 먹었거든요. 🌮🌭🍜 덕분에 먹을 수 있는 기쁨을 조금씩 다시 깨닫는 중입니다. 구독자님도 새롭게 깨닫는 기쁨이 있길 바랍니다. 저처럼은 말고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진정한 욕구를 분별해야 해요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받으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보며 부활을 고대하는 거죠. 고백하자면 사순절 기간 동안 제 신앙을 돌아보고 부활을 고대하는 건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기도를 해도 엉망진창인 제 인생, 언제나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간구하는 기도가 절반 이상인 걸요.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고, 작은 것에 화를 내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하고, 복음 전하기 불편한 상황은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제 모습이 눈만 감으면 생각나 머리 감을 때 조차도 눈 감기가 싫을 때가 있답니다. 제 못난 건 그렇게 잘 생각이 나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은혜로 새롭게 되길 고대하죠.

그러나 그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지기까지 주님이 우리를 위해 대신 받으신 고난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짐작 자체가 되지 않아서 묵상도 어렵습니다. 구독자님은 짐작이 가시나요?

겟세마네 동산의 […] 예수님은 상황을 바꿔 달라고 솔직하고도 절실하게 기도하셨다. “이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간절히 구하셨다. 하나님께 울부짖으셨다.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예수님은 직접 불 칼 아래를 지나는 방법 말고 다른 길을 보여 달라고 간청하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수님은 상황을 자신의 뜻대로 바꾸려고 하시지 않았다. 결국 순종하셨다.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고 자신의 욕구를 아버지의 뜻 앞에 복종시키셨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예수님은 힘겨워하면서도 사랑으로 순종하셨다.

아직까지도 사명을 포기하고 우리를 죽게 놔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예수님은 아버지에게 사명을 이루기 위한 다른 길을 부탁했을 뿐 사명을 버리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으셨다. 왜일까? 이 잔이 아무리 끔찍해도 당장의 욕구(회피)보다 진정한 욕구(인류 구원)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진정한 욕구처럼 보이는 것이 단순히 가장 ‘시끄러운’ 욕구일 때가 많다. 극심한 고통이나 큰 시험 중에는 올바른 판단이 힘들다. 그래서 너무 아프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기도 한다. 심지어 자해도 한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한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큰 고통 속에서도 예수님은 그러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심지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틀렸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아버지의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으셨다. “지금 내 감정과 상관없이 아버지를 믿습니다. 당신의 뜻이 결국에는 나의 뜻입니다. 우리 둘의 뜻대로 하옵소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셨다.

팀 켈러, 『팀 켈러의 왕의 십자가』

이 부분을 읽다가 전 스스로를 돌아보는 저의 회개마저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의 회개는 나를 불쌍하게 돌아봐 달라는 간구에 멈춰있었습니다. 빈말이라도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는 다짐도, 돌이키겠다는 약속도 없었습니다. 지키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밖에 할 수가 없었지요. 내가 싫다, 밉다 하면서도 이전의 습관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순종 없는 말로만 회개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저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순종을 실행하셨습니다. 저는 제 죄성이 드러나는 현상을 고칠 노력에 순종하는데, 예수님은 저의 근원의 문제부터 전부 해결하기 위해 순종하셨습니다. 그것은 왕처럼 고귀하신 분이 세상 최악의 죄수의 신분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고통스러움을 수반했습니다.

죄인인 저는 아마 끝까지 다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예수님처럼 온전히 하나님 아버지께 순종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예수님은 필요 없었겠죠. 하지만 한 살 더 나이 들어갈수록, 내 죄를 매일 조금씩 새롭게 깨달을수록, 받은 은혜의 크기가 점점 더 커져 갑니다. 비례적으로 예수님의 고난도 조금씩 더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가 원하는 일에, 나를 위한 것도 아닌 다른 사람 일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순종에 고난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난을 감내할 수 있게 하는 건 예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가지고 계신 분이요.

이번 사순절은 저의 죄와 예수님의 부활을 위한 준비도 하지만, 그보다 더 예수님의 고난과 순종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죄에서 돌이키는 결단의 기도를 매일 해 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것이니까요. 나의 당장의 욕구(회개 없는 용서)가 아닌 진정한 욕구(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에 순종하기 위한 작은 시작으로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