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도 푸근해지는 마당에 장갑을 사고 왜 샀을까 후회하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장갑 주문할 때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에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택배 받는 날 영상 6도여서 절망했다지요. 이런 사소한 후회 속에서도 따뜻해지는 날씨에 제 마음도 푸근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이것도 저것도 다 모르겠어요

혈액형을 대체한 MBTI로 저를 정의하자면 전 확신의 T입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상황을 가늠하고 객관적으로 재 본 후 효율과 효용을 우선으로 결정합니다. 그런 저를 참 만족스럽게 여깁니다. 사는 데 후회가 별로 없거든요. 뭘 잘못해도 금방 툭툭 털고 일어서고요. 그러다 제가 참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바로 주님 앞에 설 때입니다. 내가 나 스스로 잘나지 않았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하고, 나의 죄성이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설 문제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20대 때 사라진 줄 알았던 미약했던 F가 나타나 주님께 매달리죠. 이런 저를 위로해 주는 에세이 툰을 함께 나눠보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앞부분의 작가의 고민은 그렇게 공감하지 못했어요. 확신의 T는 이미 안 알려 줘도 알아서 가고 있거든요. 가서 후회하더라도 일단 고(go)! 👟 그게 저니까요. 그렇지만 매일같이 말씀 앞에 섰을 때 작아지고 보잘것없어지는 제 모습을 상기하면서 이어지는 작가의 고백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 더 친밀해짐을 느꼈다.

내가 부족하기에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모르는 게 많아서 하나님께 더 많이 물어보고,

연약하기에 하나님께 더 징징대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내가 하나님을 더욱 알아 가는 과정이 되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길을

미리, 한 번에 쫙 알려 주시지 않는 이유는

우리와의 교제를 더욱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최세미(젠틀 위스퍼), 『이것이 진짜 사랑이란다』

지금 내 상황이 꽤나 만족스럽고, 인생 큰 고민없이 살고 있고, 남들 ‘빨강 휴지 줄까 파랑 휴지 줄까?’라는 질문에 고민할 때 당당하게 “전 친환경 휴지요!”라고 외칠 수 있는 내 성격에 도취되어 살아도 주님 앞에만 서면 “주님, 저 이거 못하겠어요. 저건 하기 싫어요. 오늘도 일어나면서 어제 못한 것만 생각이 나요. 회사 가기 싫어요. 이래도 또 낮엔 주님을 찾지 않고 제 생각대로 살겠죠. 그래도 주님 저를 도와주세요”라며 한탄 섞인 도움을 구합니다.

이런 한탄만 하는 제가 하나님도 지겨우시겠구먼 싶어도 작가가 말한 대로 하나님은 이렇게라도 이어지는 우리와의 교제를 더욱 기뻐하실 것을 알기에 계속합니다. (하나님, 안 지겨우시죠?) 그리고 제 태도는 작가가 그린 마지막 장면과 매우 흡사하죠.

뻔뻔한 표정과 대사에 킬킬대다가도, 저렇게 어린아이 같은 대사에도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고 의지하는 작가의 모습에 ‘역시 하나님은 그런 분이야!’ 하는 안도와 위안이 듭니다. 주로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독서를 하지만, 때때로 이런 에세이 툰 같은 책을 읽노라면 ‘해내야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의 무게를 잠시 덜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애쓰고 있고, 하나님은 그런 모두를 다 돌아보시고 감싸주심을 깨닫기 때문이지요.

구독자님, 작가의 고민과 삶을 통해 경험하는 하나님을 함께 읽어보아요.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은혜의 경험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