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명칭과 겉모습 말고는 그리스도의 그 무엇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이름을 교만하게 자랑한다. 하지만 복음의 말씀으로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알게 된 사람들만 그분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제대로 배운 사람이 ‘유혹의 욕심으로 부패된 옛 사람을 벗고 그리스도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할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를 그같이 배우지 아니하였느니라 진리가 예수 안에 있는 것같이 너희가 참으로 그에게서 듣고 또한 그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을진대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사람을 입으라.(에베소서 4장 20-24절)
이와 같은 명목상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에 관해 아무리 유창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그리스도에 관한 그들의 지식은 거짓되고 오히려 불쾌해 보일 뿐이다. 참된 교리는 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반 학문 영역과 달리 기독교 교리는 머리와 기억력으로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교리가 우리 영혼 전체를 사로잡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그것을 올바로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있다.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이 거짓말을 그치게 하라. 아니면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불릴 만한 삶을 살라고 말하라.
우리는 우리 종교를 담고 있는 교리를 우선시했다. 그것은 교리가 우리의 구원관을 정립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리가 삶에서 열매를 맺으려면 마음속으로 파고들고 일상에 넘쳐흘러 내면에서부터 우리를 진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자신의 철학을 지지한다고 말만 하고 그 철학대로 살지는 않는 위선적인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복음을 입으로만 외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경멸해야 마땅한가. 복음의 힘이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영혼 속에 자리를 잡아, 철학자들의 생명력 없는 가르침보다 백배 이상 큰 영향을 전인적으로 미쳐야 한다.
장 칼뱅, 『그리스도인을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