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이고 회사고 친구네고 귤이 없는 곳이 없어서 신나게 귤 까먹고 있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올해 귤 왜 이렇게 단가요?? 삭막한 사무실에 귤 깔 때마다 퍼지는 귤 향기를 맡노라면 오늘 하루도 기운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달콤새콤한 귤처럼 구독자님의 연말도 흥미롭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누구랑 얘기하고 있나요?

‘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흥미롭게 소설을 읽는 사람의 모습이나, 학교 다닐 때 들고 다녀야 했던 교과서 뭉텅이… 혹시 매주 책 한 권 소개해 주는 《노타임롱씨》? 🤭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팔린 책, 성경을 떠올린 구독자님도 있을까요? 제게 성경은 예수 믿으면 읽어야만 하는 책 정도로 여겼어요. 한 번쯤은 읽어야 ‘내가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싶은 마음에 일독을 하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결국 완독은 성경일독이 과제로 주어졌을 때에야 억지로 해냈죠.

왜 이렇게 성경 읽는 것을 힘들어했을까요? 아마 그것은 제가 성경을 일종의 정보 습득을 위한 참고서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나 성경을 읽는 것이 비단 독서 행위를 벗어나 친밀한 대화라고 말하는 책이 있어요.

대화는 관계의 문제다. 화술이나 화제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자기의 친구와 이야기함같이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시며”(출 33:11). 여호와께서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신 것은 그가 친구 같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금송아지 우상에 절하고 패역이 극에 달했을 때에도 모세가 하나님의 동행을 요청하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는 이 일도 내가 하리니 너는 내 목전에 은총을 입었고 내가 이름으로도 너를 앎이니라”(출 33:17).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라(요 15:15).

전능자께서 나의 친구가 되어 주시다니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가! 게다가 친구와의 대화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실은 하나님도 이 순간을 너무나 오래 기다리셨다. 신은 인간과 친구처럼 ‘교제’하기 원하셨다. 그러므로 성경 읽기를 따분한 종교적 행위로 변질시키지 말라. 성독(聖讀)은 주문(呪文)을 외우거나 경문(經文)을 낭독하는 것이 아니다. 성독은 주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서 안에서 나누는 주님과의 대화는 날마다 새롭다. 성경이 마르지 않는 샘이요 “물 댄 동산”(사 58:11)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서가 그대의 성장 속도에 맞춰(히 5:12-14) 친절하게 계시의 세계를 점진적으로 열어 주기 때문이다.

묵상을 통한 대화는 말씀과 기도의 협력으로 이어진다. 기도는 말씀에 대한 응답이 되고, 말씀은 모든 기도에 대한 응답이 된다. 질문하는 순간 답을 듣고, 답을 듣는 순간 동의하게 되는 감격적인 대화는 마침내 그대 영혼이 신의 언어와 사랑에 빠졌음을 보여 주는 신호다.

이상준, 『신의 언어』

전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이에요. 업무 관련 정보나 기술이라도 일단 알게 되는 것에 기쁨을 느끼죠. 성경도 똑같이 대했던 것 같아요. 정.보.습.득. 기독교 배경에 대해 알고, 하나님이 무슨 말씀을 그동안 해 오셨는지 확인하고, 예수님이 대체 뭘 하고 다니셨는지 배우고, 내 믿음의 선배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하고도(?) 용서를 받으셨는지에 대한 내용을 아는 거죠. 그리곤 ‘음, 역시 내가 이해한 하나님이 맞는 거였어.’ ‘하나님의 사랑은 나도 용서해 주시겠군.’ 등의 결론을 내리며 성경을 덮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성경을 읽는 것은 대화라고 말합니다. 또한 대화는 관계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독을 “주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대화는 즉각적인 대답을 주고받는 대화를 넘어 친밀한 교제로, 묵상과 기도로, 그리고 끝에는 순종으로 이어집니다. “신의 언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전 아가서와 시편을 읽으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어머, 이거 딱 내 마음이야!’라며 밑줄을 쳐도 이것이 나와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오늘도 잘 배웠습니다!’와 같은 일방적인 기도로 마무리 지을 때도 있고요. 성경을 그분의 일방적인 강의로 여겼던 게 아닐까 싶어요. 오해는 마세요. 강의는 재미있어요. 단지 강사와 학생처럼 친밀도에 한계가 있을 뿐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저에게도 이런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또 2024년 새해엔 성경 일독을 새해 목표에 적겠죠.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이미 이런 친밀한 교제와 사랑을 나누고 계신가요? 신의 언어에 익숙하다면, 그 언어를 통한 교제의 기쁨을 다른 이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