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났다고 부쩍 겨울 같아진 요즘 긴팔 내복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구독자님, 겨울 좋아하시나요? 저에겐 일종의 설렘이 있답니다. 추운 건 너무 싫지만 코끝에 닿는 찬 공기는 왠지 기분이 좋아요. 물론 그것도 첫 2초만 좋고 이후엔 추위만 느낄 뿐이지만요. 그리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손을 녹이는 행위도 낭만적이에요. 구독자님도 그런 낭만 있는 월요일을 시작하시길 바라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겨자씨 같은 나의 이야기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 해 본 적이 있나요? 가족들, 친구들, 교회 공동체, 내 일터를 벗어나면 나라는 존재의 가치는 되게 미미해져요. 그런 보잘것없는 나를 하나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요? 세상은 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구독자님은요? 점점 더 다원적이 되는 사회가 주는 메시지의 압력에 주눅들어 있지는 않나요?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이웃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여기 스토리텔러로서 세상과 소통하는 레크레(래퍼)의 생각을 함께 나눠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나는 예수님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계실 때 그분과 그분의 나라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태복음 13장 31-32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

나는 초라해 보이지만 나중에 위대해지는 작은 것의 개념을 너무나 잘 안다. 중학교 3학년 때 낙제를 간신히 면하자, 진학 지도 상담 교사가 어머니에게 연락해 내가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래 일반 학생들과 같이 있으면 안 되고 대안학교에 입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일찍부터 배제된 것이다. 예수님은 이 서사를 잘 아신다. 열두 명의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시작된 그분의 사역은 처음에는 초라해 보였지만 결국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분은 로마제국의 작은 유대인 지역에서 살다가 돌아가셨다. 당대의 주요 역사적 문헌은 그분을 지나가듯 언급할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분의 이름과 능력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

이런 서사들은 우리가 작아 보이는 것의 잠재력을 너무 빨리 무시한다는 사실을 하나님이 알고 계심을 상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약하고 부서지고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기쁘게 받아 자녀로 입양해 주셨고 우리를 창조 목적에 합당한 위대한 자리로 데려가신다. 우리 많은 이들은 하나님 밖에서 목적과 위대함을 찾으려고 분투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하나님을 통해서만 목적과 위대함을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왜 시작이 초라했던 사람들을 믿으시고 그들에게 투자하셨을까? 그 열두 명은 여러 면에서 실패한 사람들이었다. 사회는 그들에게 “너희는 괜찮지 않다”고 말한 터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이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아셨고, 너희는 괜찮은 것 이상이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외적으로 너희가 작은 겨자씨처럼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너희가 앞으로 어떤 나무가 될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팀 켈러, 존 이나주, 『차이를 뛰어넘는 그리스도인』

이 책은 12명의 기고자가 각각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세상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야할 지를 들려 줍니다. 제가 소개한 레크레의 이야기는 그 일부분이죠. 모든 기고자의 이야기는 완결형이 아닌 진행형인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럼에도 레크레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자기의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이야기의 위대함을 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하찮아서 세상이 관심 가져 주지 않을 때, 예수님은 우리 안의 잠재력을 알고 계셨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겨자씨라면 이후에 보여줄 나무의 모습을 예수님은 알고 계신다고 말합니다. 그분 스스로가 그렇게 별 것 아닌 취급 받으셨고, 초라해 보이던 열 두 제자를 불러 사용하셨던 것을 주목합니다.

여기에서 멈추면 예수님이 아는 나의 가치를 세상이 날 몰라준다는 억울함에 세상을 더 외면할 지도 모릅니다. 더 믿는 사람끼리만 몰려다닐 수도 있겠죠. 그러나 레크레는 그런 절망스러운 자기를 끝까지 붙들었던 어른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자기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눕니다. 자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열정을 다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은 마음으로 경청해 줍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야기로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합니다. 그 너머의 하나님의 부르심을 세상이 함께 듣고 말할 수 있도록요.

단조롭고 기독교 회사를 다닌다는 것 빼고는 사회에 아무런 복음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은 제 삶의 이야기도 그런 소통의 힘이 있다고 위안을 얻습니다. 최근 제게 믿지 않는 친구가 몇 명 생겼거든요. 그들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 때, 나의 삶이, 나의 눈빛이, 내가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언젠가는 그들에게 “00야”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길 소망합니다.

구독자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오늘도 겨자씨에서 점점 커져가는 나무가 되는 구독자님의 이야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