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붉고 노랗게 변한 가로수를 보며 출근해서 기분 째지는 에디터 E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대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자라가고(나이 들어가고…?) 성화되어가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마음을 헤아려요

복음 전도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복음을 전해야 하는 부담감에 항상 고민을 해 왔습니다. 학교에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점수를 받고, 회사에서도 흠 잡히지 않고 완벽하게 살며, 아무때나 예수님과 복음에 대해 거리낌없이 말할 줄 알아야 사람들이 ‘잘 되는 나’를 보고 ‘복 주시는 하나님’을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기복주의 신앙에 기반한 거라는 건 수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죠.

암 환자를 돌보는 채영광 교수님이 일터에서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접근은 그때의 저와는 전혀 다릅니다. 채영광 교수님의 책은 일전에도 소개가 되었다는 걸 기억하시나요? 그때는 하나님을 향한 설렘으로 삶을 완주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에 주목했다면, 이번엔 그 완주의 여정에서 그가, 그리고 우리가 품고 가야 할 마음을 주목해 봤습니다.

많은 환자가 질병의 원인을 찾기를 원한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나아가 막연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환자들이, 또 보호자들이 정확한 정보 없이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쉽게 믿고 불필요하게 마음고생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래서 주변 암 환자 단체, 건강 증진 센터, 한인 문화 센터, 교회나 성당 등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암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내가 강의안을 만들고 무료로 강의를 해 드리겠다고 적극적으로 연락을 드렸다. 이 강의에서 내가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질병은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이다. […] 나는 환자와의 첫 만남에서 “암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해 주고자 노력한다. 암의 실제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는 연령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유전자 복제가 일어나야 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 복제가 일어나는 수가 늘어나고, 무작위적으로 그런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유전자의 이상이 암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근본 원인이다.

질병에 대해 자기 탓을 하지 않더라도 억울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을 탓하는 것도 종종 본다. 암에 걸린 딸을 보고 장모가 딸을 제대로 챙겨 주지 않은 사위의 탓이라고 한탄한다. 암에 걸린 아들은 집안에 암이 많은 내력 때문에 자기도 암에 걸린 것이라고 부모님 탓을 한다. 서로 비난하는 일들을 나는 블레임 게임(blame game)이라 부른다. 안 그래도 투병과 간병으로 육체가 지쳐 가는 상황에서 블레임 게임이 시작되면, 가정은 여지없이 파탄 난다. 참 안타깝다.

또 주변 사람을 비난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 블레임 게임이 자기를 향하면 우울함, 남을 향하면 갈등, 하나님을 향하면 불신앙의 자리로 간다. 그래서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의 진단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많은 영적인 문제로 이어지곤 한다.

질병은 저주가 아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의 고통을 기뻐하지 아니하신다. ‘쌤통’이라고 고소하다고 뒤에서 낄낄대시는 분이 아니다. 고통은 하나님의 본심이 절대 아니다. 예레미야 애가 3장 33절 말씀이다.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 이 하나님의 본심은 에스겔서 18장 32절에도 나와 있다. “죽을 자가 죽는 것도 내가 기뻐하지 아니하노니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 살지니라.” 하나님은 우리가 가장 힘든 순간에서도 마지막까지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바라신다. 질병은 하나님의 분노나 벌이 아니다. 아픔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아파하시고 동행하신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가장 고통스러운 곳에 있는 인생들과 함께 공감하며 같이 우시는 분이다.

채영광,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

저자는 환자들이 신체적 고통의 원인을 ‘탓’하기 시작하면서 영적 상태까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잘 보았습니다. 그때 저자는 무료 강의를 자처하고 사람들에게 질병은 누구의 탓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환자의 몸 상태나 기분을 살피는 것을 넘어 질병이 끼치는 마음의 문제가 영적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더는 치료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을 돌보기 때문에 그 여파를 더 잘 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질병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자기 탓을 하는 환자에게는 위로를, 남의 탓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함을, 그리고 하나님을 탓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저자는 질병이 하나님의 저주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동행하시며, 예수님은 그런 동행과 공감의 본이 되시는 분임을 저자는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질병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더 많이 전하고자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마음은 프롤로그에서도 똑같이 드러납니다. “때로 그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듣지 않더라도 나는 그들과 공감하고 동행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함께 웃고 울 수 있어서 기쁘다.”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해결책을 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입밖으로 꺼내는 복음의 말들이 아무리 진리여도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답으로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에는 채영광 교수님처럼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기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도 우리에게 그렇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구독자님, 주변에 아파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에게 복음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잘 아시는 예수님의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구독자님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