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저는 제가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수다쟁이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뉴스레터에서도 그렇고 인스타그램에서 여러분에게 제 일상을 쫑알쫑알 나누는 걸 보면 말이에요. 아, 혹시 아직 인스타그램(@duplus.official)을 팔로우하지 않고 계세요? 지금 바로 찾아와 보세요. 🚪 여러분과 좀 더 자주, 좀 더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하나님의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는 전도 훈련을 받을 때, 개인 간증문을 꼭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요. 간증문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과 후의 변화를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 제시해야 합니다. 그때 저는 책상 위에 놓인 흰 종이와 펜을 쉽게 들지 못하고 한참을 쳐다만 봤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삶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 그러다 훈련자님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잊고 있던 과거의 모습을 하나 둘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감정의 노예로 살았던 지난날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부모님이 병원 상담을 권유할 정도로 모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지금 돌아보면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제 삶에 큰 터닝 포인트였던 거지요. 구독자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쌓일수록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빚어져 가고 있나요? 오늘은 우리가 하나님을 제대로 알 때 찾아오는 성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에베소서 2장은 자격 없는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자비를 완벽하게 보여 준다. 에베소서 2장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절망적인 상태를 기술하면서 시작된다.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 죽은 우리는 세상을 따라 행하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며, 그로 인해 “진노의 자녀”가 되었다. 하지만 기독교의 복음은 하나님이 우리를 절망적인 상태로 놔두시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셨다는 것이다.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

우리 존재 전체에 죄로 더러워지지 않은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우리 존재 전체에 그리스도의 구속이 필요하지 않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기독교 신학에서는 이를 ‘전적 부패total depravity’의 교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전적 부패의 교리와 우리 자신의 악함이 자비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안에 기본적으로 악함이 있다는 사실을 신학적으로 확인하고 나면 몇 가지 측면에서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낯선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무자비를 경험해도 복수하지 않기로 결심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죄의 더러운 영향을 받았다는 슬픈 현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의에서 철저히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마련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이런 청사진을 제공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육신에 따라 행동해도 우리는 지나치게 충격을 받거나 복수심을 불태우지 말아야 한다.

이는 두 번째 요지로 이어진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안에 죄가 있어서 그들이 내게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안에도 동일한 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 멈춰서 기도할 수 있다. 복수하려고 하는 대신 무자비한 행동에 자비로 반응하기 위해 하나님께 긍휼하심과 도우심을 구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향이 아니라 신학의 샘에서 자비를 길어 올린 사람들은 무자비의 풍랑을 견뎌 내고 자비로 반응할 수 있다. 자신의 죄를 깊이 인식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든지 나쁜 결정을 내리고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로니 커츠, 『신학이 있는 믿음』

저자는 거칠거나 성급하여 화를 잘 내는 태도가 단순히 성격 탓이 아니라고 말해요. 우리의 믿음이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하나님이 누구이시며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이 무슨 일을 행하고 계신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나를 위해 그분이 흘리신 피를 보면 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성령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권면에 앞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본보기를 보여주셨는지 조명해 줘요. 그리고 이때, 여러 신학적 사실들을 언급하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복음을 요리보고 조리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장이 정말 빠르게 넘어갔어요. 그만큼 흥미로운 통찰에 술술 읽혔던 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뻔한 내용처럼 느껴졌거든요. 사실 우리 모두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같이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 전개에 익숙하잖아요. 더 나아가 "그럴 의무가 없음에도", "원수까지도", "끈질기게" 등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빠삭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페이지를 넘기던 중에, 갑자기 누군가 제 머리를 세게 한 대 친 것 같은 깨달음이 한 가지 있었어요. "아, 이래서 내 삶에 성령의 열매가 없었구나". 대속의 은혜에 무뎌진 제 모습을 보게 됐던 거예요. 그러고 나니 그제야 이 책의 필요를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고, 은혜에 대한 감격을 잃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보게 하고 회복을 도우려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다 말고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메마른 제 영혼을 긍휼히 여겨주시기를 구하며 기도했습니다. “날마다 내 눈을 들어 주의 영광을 보게 해주옵소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때 그분을 닮아가기 시작할 테니까요. 마치 바울의 고백처럼요.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고후 3:18)”

구독자님도 혹시 오늘의 한 장을 건조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오셨을까요? 우리가 진리를 묵상할 때마다 성령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케 하시기를. 그리고 그 하나님의 영광을 봄으로 우리의 성품이 변화되는 진정한 거듭남을 경험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