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요즘 부쩍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것 같아요. 이달에 몰려있는 일들을 감당하느냐고 매일 밤을 새우더라도, 기쁘게 감당하고 있으니 피부가 더 백옥 같아지고 얼굴이 해 같이 빛나는 기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던 걸까요? 🤪 아무튼 우리가 우리 집 마당만 가꾸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가 곳곳에 씨를 뿌리며 수고할 때, 복의 근원이 되는 은혜가 있길 소망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사람들을 끊임없이 초대해야 해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하나 있습니다. 그저 제 일상을 산뜻하게 유지하고 싶어 타인이 제 삶의 자리에 틈입할 여지를 주지 않고, 또 반대로 제가 누군가의 삶에 깊이 연루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 마음인데요. 오늘 소개할 책에도 등장하는 예화지만 “상대방의 글에 ‘좋아요’ ‘힘내요’ ‘슬퍼요’ 등으로 공감은 표현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의 현실에 함께 머물기를 꺼린다”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제 이야기를 써 둔 것 같더라고요. 게다 저는 이따금씩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에서 피로를 느낄 때면 ‘잠시 무인도에 살다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과의 사이에 담을 쌓으려는 마음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안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살라망카에서 20세기 스페인 최고의 사상가인 미구엘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를 만나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영적인 인간의 의무는 무엇입니까?”

우나무노는 스페인 사람들이 이런 저런 깃발을 들고 싸우면서 서로를 죽이고 교회를 불태우는 모습에 절망을 느낀다면서, 그런 혼란의 원인은 스페인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 않는 데 있다고 진단한다. 우나무노는 그들을 ‘데스페라도’(Desperado)라고 부른다. 데스페라도는 ‘붙잡고 있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기에 정신이 와해되고 거친 분노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

현대세계에서 종교는 불필요한 잉여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참된 종교는 사람들을 더 큰 이야기 속으로 초대함으로 자기를 초월하게 한다. 사람들에게 불확실함과 함께 살아갈 용기를 부여한다. 사람들을 개별화시키는 세상에 맞서 연대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의 불꽃을 보게 만든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슬픔에 잠긴 이들을 위로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의 설 자리가 되기 위해 몸을 낮추는 이들은 얼마나 숭고한가? 약자들을 희생시키는 불의한 제도에 맞서 끈질기게 저항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의와 평화와 기쁨이야말로 종교의 참됨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김기석,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