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만기 적금 해약해서 기쁜 에디터 E입니다. 푼돈 적금이긴 했지만 1년을 만기를 채워본 적이 없거든요.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적금을 납입을 까먹거나 중도 인출을 했었죠. 이번에 1년 12달 꼬박 납입하고 돌려받으니 성실한 나에게 칭찬해 주고 싶네요. 제 신앙도 이렇게 꾸준했으면 좋으련만요. 세상 꾸준한 건 하나님 사랑밖에 없네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이 순간의 의미는 하나님이 아세요

전 이름만 모태신앙인이었어요. 어릴 땐 이단 교회에 멋모르고 다니고, 그곳에서 상처받고 교회를 아예 안 다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제 인생의 가장 황폐한 때 저를 일으켜 주시고 주님 앞으로 나아오게 인도해 주셨어요. 인생 속에도, 역사 속에도 그런 황폐와 암울은 한 번씩은 지나게 되는 것 같아요. 1910년대 조선이 동양인으로서 처음으로 선교를 나가 교회를 일구었던 중국 래양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그곳에도 이제는 사그라들고 보이지 않는 믿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사람이 있어요. 한글성경이 번역된 발자취를 따라가는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원식 PD죠.

1지모 예배당 낙성식(교회 건축을 축하하는 의식). 조선의 성도들이 헌금을 모아 건축할 수 있었다.(사진: 사단법인 방지일 목사 기념사업회 제공)

2지모교회와 이대영 선교사의 선교센터와 사택이 있던 지역.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아파트 공사장 앞에 흐르는 모수강은 갈대와 풀들로 뒤덮여 있다. ⓒLee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지모에서 100년 된 중학교인 지모일중(지모일중학교) 앞에서 내렸다. 이 근처에서 이대영 선교사와 홍승한 선교사가 교회를 세우고 사택을 지어 생활했다. 100년 전이면 1916년, 아마도 조선 선교사들은 이 학교 앞을 지나다녔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 인근 지역까지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교회와 사택으로 사용되던 곳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모수강가에 있었다던 이대영 선교사의 선교센터와 사택 터도 역시 재개발되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선교센터는 의료센터와 학교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

한창 진행 중인 재개발로 인해 폐허가 되어 버린 그 땅을 카메라로 담으면서 생각했다. 하나님은 왜 이곳에 나를 보내신 것일까? 온통 공사장뿐인 이곳에서 무엇을 찍을 수 있단 말인가. 허망하고 슬픈 마음이 일어 잠시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 하나를 주셨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장차 들짐승 곧 승냥이와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을, 사막에 강들을 내어 내 백성, 내가 택한 자에게 마시게 할 것임이라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이사야 43:18-21)

그랬다. 사람은 교회도 눈에 보이지 않고 당시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운 찬양도 들을 수 없어서 오래전 선교사들의 열정적인 헌신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 황폐한 곳에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실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오랜 세월 기도가 쌓이고 쌓인 이곳에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그때처럼 예배를 드릴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조선인 선교사들이 한 알의 밀알처럼 심겨졌음을 알든 모르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하나님께서 사막에 강을 내듯이 이곳에 교회를 세워 그분이 택하신 백성들의 찬송을 기뻐 받으실 것이다.

이원식,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

많은 기독교 유적지들이 보존되고 관광객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동양인 최초 선교사들의 흔적은 보존되거나 기념되지 못했어요. 기록과 흔적은 후대에 큰 유산이 되기도 하죠. 믿음의 선조들의 기록과, 그들이 애써 만든 한글성경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에게까지 흘러온 복음의 귀중함을 되새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록과 흔적이 남아있지 않는다고 해서 선조들의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나님께서는 마치 복음이 없는 것 같은 곳에서도 새 일을 행하시고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실 분인 걸 믿기 때문이죠. 마치 제가 말도 안 되는 이단 교회에서 상처받고 교회를 가지 않는 순간에도 저를 붙잡아 이끄셨듯이 말이에요. (덕분에 두란노에서 이렇게 기쁘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지금 황무지를 지나고 있는 것 같나요? 구독자님의 황무지에 강을 내고 새 일을 행하실 하나님을 기대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