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근길에 꽃나무 봉오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색을 내고 커져가는 걸 보면서 오노라면 기분이 좋아지는 에디터 E입니다. 겨울이 가는 듯 마는 듯 꽃샘추위가 우릴 약올리지만 그래도 봄이 오는 신호는 분명하네요. 하나님이 계획하신 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한 것 같아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하나님은 누굴 쓰시나?

전 인생을 조금 멀리 돌아온 케이스예요. 공부도 못하면서 손가락 빨고 ‘대학만 졸업하면 뭐 되겠지’, 하고 있다가 대책 없이 경제 불황, 고용 위기를 맞고 그제야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겨우겨우 사회 구성원 노릇 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지요. 여기 저와 비슷하게 공부도 못하는데 대책 없이 교수가 꿈이라고 하고 교수된 분이 있어요. 그분의 간증을 함께 읽어 볼까요?

나는 현재 ‘아시아 최고의 에이즈 전문가’로 통한다. 하지만 나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관심도 없었고 에이즈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대학이 거부할 때 오직 한 사람 스털링 교수가 나를 받아 준 까닭에 나는 그를 따라 에이즈 전문가가 되었다. 내가 실력 있는 학생이었다면 대학도 내가 선택했을 것이고 지도교수도 내가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선택할 자격이 없었다. 스털링 교수에게 선택 받은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런데 스털링 교수가 에이즈 연구가였다. 하나님은 이렇듯 나로 하여금 에이즈 공부를 하도록 이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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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교수로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여기에 있었다. 만일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내가 남들이 다하는 공부에 뛰어들었다면 교수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분야를 공부하게 하셔서 그 분야의 전문가로 만드신 하나님의 솜씨는 정말 기가 막히게 놀랍다.

왜 에이즈를 공부해야 하는지, 에이즈를 공부하면 나중에 나에게 뭐가 좋은지, 아무런 동기도 계획도 의지도 열정도 없이 나는 에이즈를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진로는 나의 선택에 의해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다. 대학 전공도, 교수라는 꿈도, 유학 중에 에이즈 공부를 하게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였다. 당시로서는 주님의 깊은 뜻과 계획을 알 수 없었지만,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우시는 하나님인 줄 믿기에 주님이 결정하면 나는 그대로 따르는 삶을 살았다.

조명환, 『꼴찌 박사』

저자의 간증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공부 못하는 저자가 자기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능력으로 대학을 가고, 유학을 가고, 교수가 되고, 에이즈 퇴치를 위해 국제 사회에서 활약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그 안에서 저자는 자신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지 않아요.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기도했던 부모님과, 양어머니 에드나, 자기를 도운 수많은 교수님들과 주변 사람들을 언급하며 하나님의 통섭하시는 방법을 보여 주어요.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되고, 진로와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요즘 세대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세대라고들 하죠. 윗세대는 요즘 세대를 향해 먹고살 만해지니까 자아를 고민하는 세대라고도 하고요. 자기들은 그런 고민 없이 먹고사는데 급급해서 부모가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공부하고 대학가거나 취업해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정말 먹고살 만해졌기 때문에 자아와 미래를 고민하게 된 걸까요? 저자의 간증을 읽으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인생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확실하면, 그분 안에서 내가 어떤 고민을 하든, 하지 않든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시고 이 세상의 유익을 위해 선택할 길을 보여주실 것이라는 거예요.

저자가 공부를 너무 못했는데 교수가 되고 에이즈 퇴치를 위한 활동가가 된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에요. 그 삶에 목적이 없었는데도 하나님은 그를 채우시고 쓰시고, 그에게 에이즈 퇴치를 향한 목표를 심어 주시고 일하게 하셨다는 것 놀라운 것이죠. 그 과정에서 저자가 고민한 것(교수로 남는 것이 맞는가, 사회과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학업을 계속 해야 할 것인가, 반군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옳은가 등)은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와 다르지 않은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민의 끝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유익이기 때문이죠. 내가 이 세상에 끼칠 유익, 하나님의 뜻을 따라 행해 세상에 보여줄 복음, 좋은 소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