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인생에도 '광야' 같은 시간이 있었나요?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광야를 경험하기 마련인데요. 제게는 군대가 광야의 시간이었습니다. 순진한 신학생이었던 저는 군대에 가면 당연히 초코파이 나눠주는 군종병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꿈꾸는 대로 되던가요? 하나님은 제 군 생활에 '광야 패치(하드 모드)'를 적용하셨고, 저는 군종병이 아닌 전투경찰로 차출되었답니다. 닭장차에 몸을 싣고 전국을 누비는 일상에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설날 아침, 아스팔트 위에 놓인 꽁꽁 언 떡국 앞에서 저는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먹을 것 앞에서 무너진 J).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광야 같은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저를 가장 깊이 만나주셨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깨달은 한 가지. 광야는 그저 버티기만 하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삶을 새롭게 재편하는 시간이구나! 그래서 오늘은 광야를 지나며 단단해진 사람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궁금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

광야라는 튜토리얼

광야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왜냐하면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데,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곳. 한마디로 나를 즐겁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이죠. 오늘의 한 장에 등장하는 다윗 역시 화려한 궁정을 떠나 고독과 적막만이 가득한 광야에서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이합니다.

다윗의 광야 생활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시험의 나날이었습니다. 그것은 고통의 시험이요, 유혹의 시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독하게 하나님과 교제하는 은총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광야는 사물과 인간들 사이에서만 바쁘게 생활하다가 자신을 상실하기 쉬운 다윗이 절대 고독 속에서 영이신 하나님을 만나 그분의 음성을 듣고 자신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광야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는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생의 목적과 사명을 찾습니다.

또한 광야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지리적 중요성 이상의 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구약 시대와 신구약 중간 시대, 그리고 신약 시대를 한결같이 꿰뚫는 광야라는 신학 주제는 멀리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생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광야는 이중의 의미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왜냐하면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시험에 빠져 범죄했으므로 인간에게 부정함, 질병, 죽음의 위협이 있는, 말하자면 마귀가 활동하는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광야는 하나님께서 현현하는 계시의 장소요, 자기 백성에게 물과 만나를 공급해주고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인도해주시는 은총의 장소였으며, 비전이 보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광야 같은 이 세상 하나님 나라의 이중 시민권을 가지고, 마귀의 시험과 하나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있는 우리의 발가벗은 실존의 정황에 대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이 광야에서 출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광야에서 40일 동안 성령에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그 시험을 말씀으로 이기신 후 성령의 권능으로 갈릴리에 가서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기록을 쓴 역사가요, 신학자인 누가는 마귀의 시험 전후에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눅 4:1)라는 말과, ‘성령의 권능으로’(눅 4:14)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세상이 감당할 수 없었던 위대한 믿음의 선배들은 도서관이나 서재의 사람들이라기보다 광야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승장, 『다윗은 그 시대에』

광야는 유혹과 위험의 장소이면서도, 하나님과의 거리만큼은 이상하게 가까워지는 자리였습니다. 만약 다윗에게 광야가 없었다면 그는 인기와 영광, 그리고 음모가 도사리는 화려한 궁정에 집어삼켜져서 그대로 추락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윗은 광야라는 절대 고독 속에서 영이신 하나님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광야에서 성장한 사례는 비단 다윗뿐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여정도,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도 모두 광야에서 시작해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믿음의 사람과 공동체에 광야는 결코 생략(Skip)할 수 없는 튜토리얼(필수 기본과정)인 셈입니다. 누가는 예수님께서 성령의 충만함으로 광야에 들어가셨고, 광야에서 시험을 이기신 후 성령의 권능을 받아 세상으로 나가셨다고 말합니다. 광야는 예수님을 소모하게 한 장소가 아니라, 사명을 감당할 힘과 능력을 충전하는 장소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믿음의 사람들은 대부분 책상머리 엘리트라기보다, 광야라는 지난한 현실을 온 몸으로 통과한 실전형 베테랑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예고 없이 척박한 광야 한복판에 내던져지곤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왜 제게 이런 시련을!” 하지만 우리, 광야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것은 믿음의 용사가 견뎌야 할 숙명인가? 이 광야의 끝에서 나는 얼마나 더 강해질까?’

구독자님, 혹시 지금 견디기 힘든 광야의 길을 홀로 걷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기억해 주세요. 광야는 고통뿐인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용사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물론 많이 힘들죠. 괴로움과 외로움에 마음이 주저앉아 펑펑 우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 보자고요. 이 레터가 광야를 지나고 있는 여러분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뇽~ 👋

💌 맞아요. 오늘도 어제도 교회에 가기 싫었어요. 계속 침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제 마음은 계속 침몰하다가 사역지를 떠날 거 같은 마음이 드네요. 힘을 얻고 회복, 빛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 알지만, 도저히 움직여 지지 않아요.. 새벽예배에 와서도 아무런 말씀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기도도 못한채 시간만 채우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예요..ㅠ

┗ Re : 여윽시… 사역자도 교회 가기 싫을 때가 있군요. “계속 침몰하다가 사역지를 떠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말에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움직여지지 않고, 말씀이 들리지 않고, 기도도 못 한 채 시간만 보낼 때 더 깊은 좌절을 느끼게 되겠지만, 어쩌면 그때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붙들고 계신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가 되면 저자의 말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눈을 돌려 당신을 보게 하”시지 않을까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로요. 성도로서 사역하고 계신 구독자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께 붙들려 있는 이 시간 속에서도 은혜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