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J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의 아이였나요? 저는 꽤 착한 어린이였습니다. 떠들지도 않았고, 졸지도 않았고, 친구를 꼬집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나이스해 보이는 저도 어렸을 때 마음속에 꽤 많은 화를 품고 있었답니다. 왜냐면 ‘내가 안 하는 짓’을 다른 누군가가 하면 그게 그렇게 화가 나더라고요.

지우개를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는 친구, 괜히 떠들어서 분위기를 흐리는 친구,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말썽쟁이들! 저는 그런 룰 브레이커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작은 바리새인 ‘소년 J’였습니다. “나는 맞고 너희들은 틀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복음서 속 예수님은 규칙 잘 지키는 저 같은 소년 J보다 울퉁불퉁한 말썽쟁이들을 더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는 사실을요. 구원이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은혜’에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저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감각으로 사람을 평가했고 예수님의 그 파격적이고 앞뒤 순서 없는 은혜에 대해 묘한 반감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온전히 은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와 여러분을 위해 꼭 필요한 한 장을 꺼내 왔습니다. 이제 확인해 볼까요? 💌

계산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자유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진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스레 ‘가격에 대한 감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은 얼마, 버스 기본요금은 얼마, 이런 식으로요. 예를 들어 내 주머니에 3만 원이 있다면 오늘 하루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금세 계산이 됩니다. 계산이 되는 하루는 우리에게 비교적 안전한 하루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뜻밖에도 그 계산기를 잠시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말로 은혜를 외쳐도 우리의 마음을 철저히 율법에 물들어 있다. 따라서 크리스천은 무엇보다도 마음과 정신에 끊임없이 복음의 은혜를 붓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율법에 중독되어 있다. 우리의 삶을 도덕적 틀에 맞추고, 규칙에 따라 살고, 사회의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내면 깊은 곳의 수치심을 치료하기 위해 율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진짜 문제는 바리새인이 되는 것을 피하는 법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바리새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리새인의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율법은 안전하게 느껴지는 반면, 은혜는 위험하게 느껴진다. 율법을 지키는 것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반면에 은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만 같다. 우리의 모든 것이 은혜 덕분이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노력 덕분에 누리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실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생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실 수는 없다. 이는 그리스도의 부름이 아니다.

복음서 속의 예수님은 우리의 입맛에 맞춘 규칙 준수의 도덕을 거부하신다. 예수님 당시에 그분께 가장 큰 연민과 환영을 받은 이들은 가장 나쁜 죄인들이었다. 반면에 그분께 가장 심한 질책을 들은 이들은 율법을 가장 완벽하게 지킨 자들이었다. 여기서 요지는 죄를 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도덕으로 자존감을 높이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개 없이 순종하는 삶보다 죄를 짓되 회개하는 삶이 더 낫다.

데인 오틀런드, 『우리가 몰랐던 예수』

책을 읽으며 조금 안도했던 건, “오호라, 나만 바리새인 기질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바리새인이로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율법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내가 규칙을 잘 지키면 하나님도 나한테 뭐라고 못 하시겠지.” 마음은 혼란스러워도, 행위만 깔끔하면 괜찮다는 안정감 말이죠.

그런데 은혜는 이 계산을 무너뜨립니다. 모든 게 은혜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실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조금 두렵기까지 하죠. 내게 은혜를 베푸시고 나더러 갑자기 선교사로 가라고 하면 어쩌지…? 😧

하지만 바로 그 예측 불가능한 은혜 앞에서 우리는 자기 의의 허상을 벗고 처음으로 자유라는 것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복음서를 볼까요? 예수님이 가장 따뜻하게 맞이하신 이들은 도덕적으로 실패한 사람들이었던 반면, 가장 혹독하게 꾸짖으신 이들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더 도덕적이 되라’거나 규칙을 잘 지키며 살라고 우리를 초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도덕이나 행위로 자존감을 쌓지 말고 누더기 같은 모습일지라도, 늘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회개하는 사람으로 살아라! 그리고 그 부르심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라고 우리를 부르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쉽게 다시 율법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의 평생 습관은 단 하나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과 정신에 끊임없이 복음의 은혜를 붓는 삶.” 여기서 ‘붓는’의 이미지를 그냥 화분에 물 주는 거 말고 홍수 때 가득 찬 물을 쏟아내는 댐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이러한 은혜를 경험할 때 우리는 더 깊이 회개하고 더 자유롭게 순종하며, 더 진실하게 하나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구독자님, 오늘의 한 장 어떠셨어요? 소년 바리새인, 이름만 J가 아니라 성향 또한 ‘파워 J’였던 제게 율법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불확실한 은혜의 바다로 나가자고 하는 저자의 도전은 여전히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부르심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은혜와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래서 뉴스레터 안에 조심스레 작은 레터를 하나 넣어봤습니다. 은혜와 좀 더 잘 지내고 싶은 제 마음을 담아서요.

“은혜야, 나야…J… 나는 계산되는 안전한 하루와 계획된 일상이 좋지만, 너와 함께할 모험 가득한 날들도 꽤 기대돼.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아직도 좀…😔아니 많이 불편하긴 해. 그렇지만 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날 잘 이끌어줘. 우리 친하게 잘 지내보자.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