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 날씨에 그리운 추억이 많아서 무척 센치해지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구독자님은 어떤가요? 떨어지는 낙엽에 추억 하나, 올 하루가 떨어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울함보다는 고독과 센치함을 즐겨보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실패한 게 아니라 배운 거예요

아직 12월이 오지도 않았지만 저는 큰 맘 먹고 플래너를 구매했습니다. 그간 핸드폰 속의 메일 앱, 캘린더 앱, 리마인더 앱 등으로 내 일정과 할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저 닥치는 일들만 기한에 맞춰 해 나갈 뿐 거시적인 방향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기엔 역부족이었더라고요. 목적은 큰 그림과 내 인생 관리지만 지금은 그저 새삥 플래너 생겨서 신이 납니다. 이런 제 마음을 지지해 주는 한 장을 발견해 구독자님과 나누고 싶어요.

창립 30주년 예배를 드릴 때였습니다. 참 열심히 목회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밀려왔죠.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 변하지 않은 사람들이 저를 좌절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설교하다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그런 마음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

  좌절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실패했다는 마음은 목회를 뭔가 잘못 생각했던 때문에 들었던 듯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는데, 저는 수족관을 관리하듯 그렇게 어장 관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은 참 절망적으로 보이던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만 보고 다 끝났다 생각하면서 옛 생활로 돌아가 있던 제자들을 갈릴리 해변에서 다시 만나 주십니다. 그리고 “내 양을 돌보라”는 사명까지 주십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제자들에게 맡긴 채 승천하십니다. 놀랍게도 절망적으로 보였던 제자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 보지 못했던 초대교회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자들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배워 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생에서 모두 끝나 버린 것 같은 순간에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참 많이 배웠습니다.”

  한국 교회를 봅니다. 서로 다투는 사람들을 보며 소망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렸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나님 앞에서, 세상 앞에서 더 이상 부끄러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매일 배우려고 실패를 습관처럼 반복한다면 가장 비생산적인 인생이 되지 않겠습니까?

  좌절할 필요는 없지만 실패가 습관이 되지 않기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삶의 유예가 아니라 가슴 뛰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김병삼, 『모든 날이 감사하다』

저자는 창립 30주년 예배 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 변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실패와 좌절을 느꼈다고 회고했습니다. 남이 보기에 주님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많은 것을 이룬 리더도 실제로는 그런 좌절을 느꼈다는 점에서 약간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 2025년도 누군가가 보기엔 열심히 산 것처럼 보이겠지만 차마 드러내지 못한 실패와 얼버무림이 난무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위로는 하나님께서 저자의 마음에 들려주신 음성이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

사실 새삥 플래너 들고 다니는 제 마음은 망한 올 한 해 다 묻어버리고 빨리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망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정신승리 하는 중인 것 같아요.

그러나 저자가 들은 음성은 제 마음과 다른 메시지를 보냅니다. 저자는 예수님의 죽음에 옛 생활로 돌아간 제자들을 주목합니다. 그들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배워 가고” 있기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결론 짓습니다. 대신 실패에서 배우고 자라나 초대교회 공동체까지 이루었다고 말합니다. 실패한 제자들을 끝까지 붙들고 세우신 예수님을 주목합니다.

어쩌면 저도 너무 이르게 올해는 망했다고 단정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5년이 아직 45일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남은 45일간 면밀하게 무엇을 실패했는지 괴롭지만 살펴봐야겠습니다. 실패에서 새롭게 배우고 아직 끝나지 않은 올해를 잘 달려 내년까지 이어나가야겠어요. 저를 실패로 여기지 않으시는 주님이 함께하시니까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한번 구독자님과 나누고 싶어요. “좌절할 필요는 없지만 실패가 습관이 되지 않기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삶의 유예가 아니라 가슴 뛰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