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J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불통의 시대’를 넘어 아예 ‘단절의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뉴스만 봐도 남녀노소, 세대를 막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말싸움'으로 변질되곤 하죠. 대화가 싸움으로 끝나니 차라리 입을 다물어버리는데, 이게 또 오해만 쌓이고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어요. 에휴! 🤦‍♀️이럴 때 문득 궁금해집니다. ‘진짜 대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진정한 소통이란 가능한 것일까?’ 가수 자두는 20년 전 <대화가 필요해>라는 노래를 통해 당대와 미래 세대에게 예언자적인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 그때나 지금이나 대화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말을 섞기보다 침묵 속에 숨어버리는 우리…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평생을 '말 안 통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문제에 골몰했던, 한 사상가의 이야기를 가볍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럼 오늘의 한 장, 같이 펼쳐볼까요? 💌

대화 실패 전문가, 마르틴 부버

부버는 평생 ‘대화’의 중요성을 부르짖은 철학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대화는 화법이나 말 잘하는 스킬 같은 게 아니었어요. 그에게 대화는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엄중한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볼까요?

어느 날 한 젊은이가 부버를 찾아온다. 부버는 그를 친절하게 대했으나 그의 마음은 망아(어떤 일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음)에 있었다. 그 후 두 달 뒤 젊은이는 절망에 빠져 자살한다. 이 사건으로 부버가 회심했다는 것은, 종교적 만능의 환상에 젖어 한 젊은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절망을 미리 제거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망아에 젖어 그 젊은이와 대화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그 결과 부버는 자신이 도취한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전 존재가 세계를 벗어나지 않고 그 속에서 현실과 만나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예외이고 이탈이며 망아에 불과한 관념적인 생각들을 포기하게 된다. […] 전능한 것에 대한 의식의 확장이 아니라 타자성의 인식, 보편성이 아니라 독자성, 완전함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구체적인 것’의 감소될 수 없는 직접성이 그때부터 부버가 나아갈 새로운 길이 된다.

또한 부버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아랍과 대화하는 두 민족 공존주의 즉,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과 아랍이라는 두 민족의 공존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나, 그의 주장은 나치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부당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역사는 나치스를 거부했고, 팔레스타인 아랍인을 내쫓고 죽이는 이스라엘을 결국은 거부할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는 결국 부버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화 유토피아를 제창한 마르틴 부버는 역사의 승자라고 본다.

박홍규, 『마르틴 부버』

젊은이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부버는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진짜 신앙은 머릿속 관념이 아니라, 눈앞의 타자와 마주하는 구체적인 현실에 있구나!’ 그리고 자신의 모든 존재를 살아 있는 구체적인 현실 속으로 던져 넣는 새로운 길로 나아갑니다.

그는 유대인이었지만, 총을 든 시오니즘 대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이 같은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두 민족 공동체’를 주장했습니다. 멋지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그의 이상적인 주장들은 번번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 좌절되었고, 그의 평화는 ‘순진한 소리’로 비웃음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부버의 진짜 멋짐이 드러납니다. 폭력과 전쟁 앞에서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그는 ‘대화’야말로 최악의 현실을 뚫고 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외쳤어요. 이스라엘 사람과 아랍 사람 모두를 위해 탄원서를 쓰고 반대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어떤 소득이 있었을까요? 아뇨, 아무런 소득도 없었어요. 놀림만 당했을 뿐이죠. 그럼에도 그는 결코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부버를 향해 세상은 이상주의자, 실패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역사는 결국 부버의 편이다. 그는 실패했지만, 실패한 방식으로 인류를 구했다.” 저는 이 구절이 참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부버의 생애를 살펴보며 실패처럼 보이는 죽음을 통해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셨던 예수님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당대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던 선지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바꾸고 싶은 현실 앞에서 화끈한 사이다를 기대하곤 합니다. 누군가 나타나서 확 바꿔줬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언제나 폭력이 아니라 오래 참음과 사랑, 그리고 지치지 않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기억합시다.

구독자님, 요즘 누군가와 말이 안 통하신다고요? 아니면 너무 미워서 말도 섞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워워✋) 잠시 심호흡하세요. 부버도 평생 그랬습니다. 그도 대화가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경험했지만, 절대로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의 인생은 ‘대화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왜 대화가 필요한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혹시 요즘 관계가 소원해진 가족이나 동료가 있다면, 오늘 레터를 읽은 김에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커피 한잔하면서 잠깐 얘기할까?” ☕ 이 작은 한마디가 바로 부버식 평화의 첫걸음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이제 커피 한잔하러 가볼게요.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