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E 입니다. 에디터 B가 긴 휴가를 떠났지만 노타임롱씨는 계속됩니다. 에디터 B의 빈자리가 크지만요…이제 제법 저녁 공기가 선선합니다. 덩달아 더워서 맥을 못 추던 모기가 드디어 기승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뒤틀린 날씨 속에서도 능숙하게(?) 적응해 살아가는 모기처럼, 저와 에디터 Y도 당분간은 지금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려 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종교를 과학으로 탐구해 보기

들어 본 적 있고, 읽어 본 적 있고 내가 좋아하는 저자라고 호기롭게 오늘의 한 장을 집어 들었습니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저자는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저는 아직 과학, 특히 진화론과 같은 이론들, 기적과 같은 개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확실한 기준이 없습니다. 이 책이라면 맥그래스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님은 과연 계시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변증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서문에서 말했듯 “독자들이 [과학과 종교라는] 주제를 좀 더 깊이 탐구하도록 고무”시키기 위한 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챕터마다 결론이 없습니다. 다양한 견해와 논의들을 제시할 뿐이죠. 그 중 “그나마!” 제가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한동안은 신학책 안 고를 거예요…)

종교의 기원에 관한 진화론적 설명은 종교나 그와 유사한 신앙 공동체에 관한 다른 근거나 설명을 배제하지 않는다. 놀라는 종교에 관한 신학적 설명과 진화론적 설명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마도 그는 지혜롭지 못하게도 그 둘의 관계를 ‘갈등’에 빗대어 이해하려는 듯 보인다. 실제로, 종교의 기원에 관해 다양한 설명이 제시될 수 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각각의 설명으로는 종교의 특수성이나 종교 공동체의 독특한 특성을 하나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옥스퍼드대 철학자 제닛 래드클리프 리처즈(Janet Radcliffe-Richards)는 이타주의에 관한 진화론적 반론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가 생겨난 과정에 관한 설명이 진정한 이타주의가 아닌 것은,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설명이 진짜 케이크가 아닌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진화론적 설명은 종교적 신념들이 인간의 이성적 기능에 관한 불신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진화의 선택은 진리를 찾고 구하는 능력이 아닌 생존과 번식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연선택은 진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직 번식의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진화가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참된 신념들을 형성하도록 이끈다는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그릇된 신념들도 진화과정에 적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고방식은 종교가 이성적 추론 능력의 결함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형태의 진화론적 반론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진화가 진리에 대한 인간의 신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종교는 인간의 이성적 기능의 결함에서 비롯했고, 그것이 그릇된 신념들이 생겨난 이유다. 그런 신념들이 적응력을 지닌다고 드러나는 이유는 친사회적 성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존 윌킨스(John Wilkins)와 폴 그리피스(Paul Griffiths)는 경험적인 신념들이 진화론적 이점을 지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존속전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성적 능력이 한쪽 영역(경험적 영역)에서는 기능을 잘하지만, 다른 쪽 영역(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영역)에서는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증들이 어디로 귀결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인간의 이성적 기능이 진화론적으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해서 반드시 그런 기능을 통해 그릇된 신념들이 도출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과학과 종교』

종교의 기원에 대한 답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때면 신학적인 설명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진화론적 설명과 추론에 타당함을 느끼면서도 그런 심적 동의에 하나님의 능력을 축소해 버리는 건 아닌지 죄책감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견해와 반박을 보면서 작게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나만 모르는 게 아니네”라는 깨달음입니다. 🤭

맥그래스가 제시하는 다양한 진화론적 설명은 모두 일부 타당하지만 전부를 수긍시킬 수 없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치중하는 진화론적 설명으로는 종교가 진리와 무관하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서 생겨났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인간은 이성적 추론 능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릇된 신념의 종교도 생겨난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인간은 이미 원죄로 인해 타락한 존재이고, 온전한, 무죄한, 진리에 100% 수렵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진화론적 설명대로 종교(신념)가 친사회적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살아남았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와 민족의 결속력을 다지는 정체성으로 살아남는 거죠.

그러나 그 신념이 “진리”인가, 또는 “그릇된 신념”인가는 맥그래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위의 설명들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신은 실존하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과학이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증거를 통해 현상을 설명할 순 있어도, 그 근원, 세상과 우리의 존재의 근원, 신에 대한 답은 우리가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저 너머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확실해 집니다. 과학은 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단지 신에 대한 궁극적 질문에 답할 수 없을 뿐이라고요.

하나님의 뜻을 100% 다 알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과학을 통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이성을 사용해 이 세상이 왜 존재하는지, 나는 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노력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금 직면한 피상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좀 더 크게 하나님의 계획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랬거든요. 굉장히 거시적인 질문에 다음날 당장 해야 할 일 같은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으니까요. ㅎㅎㅎ

구독자님, 이성과 과학이 답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질문을 붙잡고 계신가요? 그런 질문을 고민할 때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경험이 있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