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챗지피티에게 세탁 방법 묻고 사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며칠 전에 친구가 제 흰 바지에 모카 라떼를 왕창 쏟았거든요. 흰 운동화에도… ㅡ.,ㅜ 둘 다 새 바지 새 신발인데…. 그러나 챗지피티가 우유의 단백질이 굳으면 얼룩이 고착된다는 꿀팁을 알려줘서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에서 중성세제로 완벽하게 얼룩을 제거했답니다. 안 그랬다면 뜨거운 물에 세제 왕창 풀어서 빨다가 바지 버렸겠죠. 이렇게 필요한 정보를 바로 알려주는 세상에 사는 제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챗지피티에서 말고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나름 얼리어답터인 저는 최신 전자기기나 기술 소식을 빠르게 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챗지피티와 같은 AI를 쓴 지 꽤 됐습니다. 그럼에도 요즘 밀려오는 인공지능 업데이트 소식은 제가 다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방대합니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데 우리 신앙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대응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합니다.  제가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직무를 맡고 있어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 아는 것만큼도 모르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복음을 사람들이 뒤처진 소식쯤으로 여기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들은 마치 홀로 넓은 광야에서 길을 잃고 무력하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리는 지름길을 좋아한다. 빨리 가고 싶어 한다. 돌아서 가고 시간이 걸리는 것을 싫어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실 때 지중해를 끼고 가면 일주일이면 될 거리를 방향을 바꾸어 광야로 데리고 가셨다. 빙 돌아가게 하신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지름길로 가면 당시 가장 강력했던 블레셋 사람들과 전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로 하여금 돌아서 가게 하실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반드시 지름길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꼭 시온의 대로로만 인도하시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의 유익을 위해 한참 돌아서 가게 하신다. 돌아서 가게 하시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빨리 가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광야를 지날 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가야 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 때, 지름길로 가지 않으셨다. 직항로로 가지 않고 돌아서 가게 하셨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빙 돌아서 가게 하실 때가 있다. 그때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다 보면 광야로 들어가기도 하고, 홍해를 만나기도 하고, 오아시스를 만나기도 하고, 광야에서 계속 돌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 앞에 요단 강이 나타날 것이다. 가나안이 나타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광야에서 어디로 인도하시든지 결국은 광야를 무사히 통과해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하실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어떤 사람은 이제 막 광야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홍해 앞에 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라나 오아시스인 엘림에 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내 산에, 어떤 사람은 가데스 바네아에 와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저 멀리 가나안이 보이는 느보 산쯤 와 있을 것이다. 성경으로 말하자면, 어떤 사람은 출애굽기 10장에 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민수기 5장쯤, 또 어떤 사람은 광야를 다 통과해서 신명기 마지막 장쯤에 와 있을 지도 모른다.

이진희, 『광야를 읽다』

이 책이 오디오북으로 있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오디오북을 만들던 그때 이 책을 한 번 (실은 검수까지 합쳐서 두 번) 읽었습니다. 그때는 막막하던 20-30대를 지나온 전 이제는 가나안이 거의 다 보이는 곳쯤에 서 있다고 여겼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이력서에 쓰지도 못할 일들을 하고, 도망치듯 들어갔던 대학원에서 낯선 헬라어 히브리어가 외워지지 않아 혼자 분에 차서 씩씩거리고 다녔던 날들이 너무 괴로웠거든요. 그 순간을 지나니 광야를 거의 다 건넌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두란노 책을 오디오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자리까지 왔다니… 새로운 매체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니… 감사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빠르게 또다시 새로운 기술로 복음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때에 서 있습니다. 광야를 다 건넜다고, 이제 가나안을 정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또다른 광야가 펼쳐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좀 더 업무에 책임을 지는 자리까지 올라와 보니,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있는 거라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뿐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찾아오실 때 우리의 광야생활이 끝날 수도 있지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모세처럼 새로운 광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들어가는 광야는 지금 지나고 있는 광야와는 다른 광야일 것이다. 그때는 광야의 지도자가 되어 광야를 지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을 것이다.”

세상 흐름에 발 맞추어 복음을 멋지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이 업무가, 그래도 남들보단 앞서나가는, 조금 더 빠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하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뒤처진 속도로 살아왔던 내 삶도 이제는 속도감 있게 목표(가나안)를 향해 가고 있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에 돌아보니 저는 여전히 광야에 있습니다. 지름길은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경로로 가고 있는지는 몰라도 하나님께 붙들려 가고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끝없어 보이는 광야에 다시 설지라도 조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복음이 전해지는 방식은 그에 못 미치더라도, 변치 않는다는 속성 그 자체로 복음은 무엇보다 가치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통해 구원을 주셨다는 불변의 진리를 품고 있는 한 광야 어디에 서 있어도 우리는 돌아가는 것일 뿐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니까요.

구독자님은 광야 어디쯤 와 계시나요? 그곳까지 인도하셨을 하나님의 손길이 오늘도 구독자님을 한 발 더 나아가게 하실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