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E입니다. 지난주부터 계속되는 비에 다들 안녕하신가요? 삼 주 전에 장마가 사실상 끝났다는 기상청의 말에 가뭄을 걱정해야 하나 했는데 이렇게 넘치도록 비가 오니 자연 앞에서 무력한 우리를 직시하게 되네요. 우리의 능력이 아닌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만 의지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부르시고 책임지시는 하나님

슬슬 여름 사역과 단기 선교를 시작하는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시골 교회에 여름 성경학교를 진행하기 위해 가기도 하고 해외로 선교를 하러 떠나기도 하고요. 그렇게 다녀오면 함께 사역했던 성도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전도의 불씨가 활활 타올라 선교사로 헌신을 다짐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제가 꽤 심한 I인 걸 아셔서 그런지 (누구는 안 믿겠지만…) 한 번도 저에게 그런 헌신의 마음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얼마나 안 주셨는지 10-20대 때 한 번쯤은 기도회 중에 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손을 들기도 하잖아요? 절대 손을 들거나 일어날 마음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제 자리는 여기인가 봐요. ❤️

그러나 여기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한 사람들의 고백을 모아 놓은 편지가 있습니다. 그들의 간증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람들을 어떻게 쓰시고 책임져 주시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준비되고 회복되는 시간, 총회 파송 선교사훈련

개인 기도와 말씀 묵상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다, 투덜거리며 총회 파송 선교사훈련에 왔습니다. 시간도, 돈도, 치러야 할 대가도 너무 많았기에 짜증이 났습니다. 내야 할 서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심지어 서평까지 써야 했습니다. 도대체 이걸 해서 무슨 유익이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첫째 날부터 눈물 수도꼭지가 고장 난 듯 눈물이 콸콸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의 아침 묵상, 이어지는 강의와 예배, 동기들과의 교제를 통해 위로받으며 하루하루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우는 모습을 본 적 없었던 남편도 옆에서 울며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일본에서 살아온 1년을 돌아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항상 응원해 주는 착한 남편을 주셨고, 저희에게 일본 살림을 챙겨주었던 남편 학교의 쿠보키 상을 만나게 하셨고, 여름엔 찜질방처럼 덥고 겨울엔 칼바람이 들어오고 삐그덕거리는 목조 주택에서 콘크리트 건물로, 교통도 편리한 곳으로 옮겨 주셨습니다. 쌀이 떨어지면 쌀도 주시는 하나님이 기억나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사실 좀 웃기지만 강의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혼자 속으로 ‘하나님 저 치킨 먹고 싶은데, 오늘 저녁에 치킨 주시면 하나님이 여전히 제 기도 듣고 계신다고 믿을게요.’하고 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 하나님은 야식으로 치킨을 주셨습니다.

남의 하나님? 우리 하나님!

이제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더욱 기대합니다. 저희 부부는 훈련에서 각 가정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누구에게는 후원도 해결해 주시고, 누구에게는 파송 교회도 만나게 하시고, 누구에게는 사랑스러운 아이도 주셨습니다. 그 하나님이 남의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저희는 이 훈련을 받으면서 바뀐 것이 있습니다. 남편은 자기 전에 소리내서 기도해달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속으로만 기도했어.”라고 하는데, 이제는 숙소에 가면 두 손을 꼭 잡고 소리내서 간절히 기도하는 남편이 되었습니다. 함께 말씀 묵상 나눔을 이어가기로 약속하고 그 시간을 절대 놓치지 않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회복된 수도꼭지 부부가 다시 간다!

저희는 선교사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땅,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라 하는, 그래서 후원하고 싶지 않은 땅, 복음의 불모지 일본으로 갑니다. 가장 좋은 하나님의 때에 이곳에 오게 하시고, 꼭 필요한 저희를 다시 보내신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흘렸던 은혜의 눈물이 일본 땅에서도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눈물 흘리며 씨를 뿌릴 때, 기쁨으로 거두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하며 더디더라도 끝까지 그 땅에 씨를 뿌리는 선교사로 살겠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PCK) 총회선교사 훈련 73기 선교사, 『이제 곧 발송합니다』

모든 선교사들의 헌신의 계기는 다릅니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나 회심하면서, 질병을 지나가면서, 단기 선교를 통해서, 수련회에서 멋모르고, 그저 하나님이 부르셨기에 응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선교지로 가야 할 이유를 보여주시지만, 간증문을 쓴 많은 선교사들은 이후의 고갈과 갈증에 피폐해짐을 고백합니다. 남편의 부르심에 함께한 아내도, 자신의 성향만을 믿고 호기롭게 선교사로 자원한 선교사도, 부르심에 순종해 혼자 수 년을 선교지에서 버티다 돌아온 선교사도, 이제 막 선교를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백지 같은 훈련생도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선교 현장 앞에서 지쳐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선교사훈련을 참여하는 순간 새로운 간증거리와 선교지를 향한 마음을 품게 됩니다.

여기에서 저는 두 가지를 깨닫습니다. 첫 번째는 선교는 사람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교를 향한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을지언정 선교사들은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계속 되뇝니다. 상황을 걱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못 미더워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선교사들이 선교사훈련을 마치고 고백하는 건 하나님이 그들의 필요를 채워 주셨다는 것입니다. 낯선 선교지에서의 고독도, 재정적인 어려움도, 마음의 상함도 하나님은 때에 맞춰 만져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채워 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선교는 사람을 통해 한다는 점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교회를 통해 한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의 헌신만으로는 선교가 영속되기 어렵습니다. 파송한 선교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과 중보하는 것에 더해, 선교사가 현지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게 선교사훈련을 제공하는 교회 공동체(교단)가 있어 복음이 세상에 전파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각 선교지에 있는 하나님의 전령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복음을 전할 용기를 얻게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서 이 두 가지는 선교사가 아닌 우리에게도 적용되더라고요.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고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나를 살게 하시고 입에 복음을 넣어 주신 건 내 안의 성령님이셨습니다. 삶이 힘들고 나를 부르신 일터가 맞는지 흔들릴 때에도 결국 나를 세우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공동체였습니다. 믿음이 흔들릴 때, 마음이 지칠 때 하나님은 나를 혼자 두지 않으셨습니다. 옆에서 같이 기도하고, 묵상하고 훈련 받고 성장하게 하십니다.

구독자님, 최근 공동체를 통해 받은 은혜가 있다면 나누어 주세요. 혼자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길 바라요.

P.S. 대개 선교사는 부부가 함께하기 때문에 같은 선교 사역에 대한 고백을 남편 버전, 아내 버전으로 같지만 다르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간증을 읽을 수 있어 은혜도 두 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