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제 폈는지 모르게 길가에 개나리들이 샛노랗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아직 다 즐기지도 못했는데 동네 목련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 색이 변한 걸 보노라니 벌써 봄을 보내줘야 하는 건가 싶어 당황스러운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하지만 봄을 대표하는 꽃, 벚꽃 축제는 지금이잖아요? 이번 한 주 벚꽃을 즐기며 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나를 발견하는 시간

저는 매우 분주한 3월을 보냈답니다. 정신 차려 보니 벌써 4월이더라고요. 여전히 바쁘지만 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들은 한소끔 끓어올랐다 식었습니다. 이젠 약불에 온기만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봄이더라고요. 전 같으면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에 예뻐하고 연한 연두색 이파리를 만지작거리며 감탄했을 텐데 이제는 보면서 지나칠 뿐입니다. 조금 더 지나면 나무에 나뭇잎이 풍성해질 텐데 그땐 싱그러운 녹색을 더 즐겨 보길 기대해 봅니다. 그때는 아마 오늘의 한 장처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사물에 대한 관찰이 시각적 표현 능력을 증가시킨다면 상황에 대한 관찰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공해 준다. 나는 작업에 앞서 이 고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삶에 놓인 어떤 장면이나 상황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분석해 나갈 때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바다에서 파도의 움직임을 볼 때, 그리고 놀이터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만 따라가 보아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주제와 소재가 나타난다.

그렇게 보자면 세상에 펼쳐진 모든 장면 속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상황을 관찰할 때는 그중 나는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된다. 눈앞의 모든 것이 아닌 나의 관심과 세계관에 어울리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 선별적 관찰의 과정을 통해 예술가는 작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도착한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질문에는 수명이 없다. 작업하는 내내, 아니, 살아 있는 동안 예술가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주제와 표현법에 흥미를 느끼는지 찾아가다 보면 역으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관찰은 외부세계의 자극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그것들이 내 안에서 나의 것들로 풀어질 때 화면에 꽃이 핀다. 그런 면에서 예술은 나를 표현함으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를 관찰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각각 다른 감각과 개성을 주셨다. 하나님이 조성하신 유일무이한 나라는 존재의 독창성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것은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피조물의 특권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이란 존재는 그것보다 더 아름답기에.

이은혜, 『받아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 지식을 얕고 넓게 아는 것이 저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신기술도 원리만 안다면 빠르게 이해하지만 더 깊이 이해하고 적용하려고 하진 않습니다. 파고드는 데 쓰는 에너지를 소모적으로 느끼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제가 꽤나 산만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름 계획형 인간으로 살던 때도 할 일을 적은 노트와 스케줄러를 하루에 수십 번을 쳐다봐야지 일이 진행이 되었어요. 한 자리에 30분 이상 못 앉아 있기도 하고요. 그런 인간이 본인을 관찰하는 시간이 있었을까요? 🙂‍↔️ 진단은 해 보았죠. MBTI, MMPI, 8체질 등등.

오늘의 한 장에서 저를 강타했던 건 “나라는 존재의 독창성”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 천국 시민권자, 예수님의 제자 등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지는 수식어가 아닌 나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을 발견해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발견의 시작이 나로부터가 아니라 외부세계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외부에 대한 관찰이 나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진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을 때 다시 읽어 보니 저자는 “나의 관심과 세계관에 어울리는 것들을 선별적으로” 보고 “내 안에서 나의 것들로 풀어”낸다고 합니다. 예술가인 저자는 그림과 글로 풀어냅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독창성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음에 새삼 놀랐습니다. 난 그저 천국 시민권만 얻고 내 신분만 확정되면 그걸로 만족한 건가? 내가 이 세상에 의도로 갖고 지어진 특별한 존재임을 너무 간과하고 산 건가? 하루 할 일만 다 하면 내 몫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신앙을 난 삶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있지?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너무 길게 말하면 산문집이 될 테니… 당장의 결론은 “봄을 즐기자” 입니다. 뜬금없다고요? 지금까지 주변을 관찰할 여유도 없고, 나의 관심을 되돌아볼 생각도 못 하고 살았지만, 전처럼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흐르는 걸 체감하고 관찰하다 보면, 하나님의 피조물에 대한 경이와 감탄을 넘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하나님의 독창성에 감사하게 될 거란 기대를 합니다. 순간순간 일과 삶 속에서 부어주시는 은혜를 넘어 나라는 존재를 이렇게 만드셨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하고 삶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구독자님, 요즘 무엇을 발견하고 있나요? 오늘 하루 구독자님만의 특별함에 감탄하는 순간이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