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과는 다르게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대응하기 바쁜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요즘 특히 뭔가 마음이 분주하고 일도 줄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봄기운이 겨울을 밀어내듯, 곧 하나님을 믿는 신뢰에서 오는 평안이 제 마음에 분주함을 밀어낼 것을 믿고 버텨 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삶의 가치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저는 예술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부러 멀어진 건 아닙니다. 단지 살면서 내 쓸모를 높이기 위해 실용과 자기계발에만 치중하고 산 덕분이죠. 안타깝게도 취미마저 신문물, 신기술을 배우는 쪽에 더 가깝답니다. 그랬던 제게 나태주 시인의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에 이어 또다시 예술, 특히 이번엔 미술 쪽을 고찰하게 하는 책이 주어졌습니다. 실제로 출간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바쁜 삶에 치여 뒷전으로 밀린 책 후보 중 하나이지요. 이 책은 예술과 신앙의 교차점에 대해 탐구합니다. 10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죠. 요즘같이 특히나 바쁜 때에 읽기에 (매우 어렵지만) 무척!! 감동 깊었다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다 표현 못 하는 절 용서하시길…)

1888년 10월 2일, 고흐는 친구이자 동료 화가인 유진 보흐에게 편지를 썼다. 고흐는 이 편지를 쓸 때 그가 지나가는 투로 언급한 보흐의 누나 안나와 몽마주르 근처의 포도밭이 나중에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일부로 엮이게 될 줄 전혀 몰랐다. 그 편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자네의 탄광 스케치 중 하나를 내 것과 바꾸자는 말을 꼭 하고 싶네. ……

자네의 누나 안나도 탄광을 그릴 계획인가? 그곳에서 두 사람이 작업하고 있겠지. 자네 둘 다 자네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하네.

아, 참, 나는 몽마주르 근처 포도밭에서 작업해야 하네. 파란 하늘 아래가 온통 자줏빛을 띤 황록색이네. 아름다운 색의 주제이지. 자네의 일에 행운과 성공을 비네.

자네의 영원한 친구,

고흐

고흐가 언급한 포도밭은 그가 생전에 판매한 유일한 그림인 〈붉은 포도밭〉의 주제가 되었다. […]

고흐는 1888년 11월 4일, 불과 단 며칠 만에 〈붉은 포도밭〉을 그렸다. 그림은 방다주라고 알려진 프랑스 남부에서 해마다 이뤄지는 포도 수확을 묘사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인 빈센트는 방다주에 매료되었다. 수확의 리듬에는 인간과 땅의 조화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고 노동의 대가를 즐겼다. 한 학자는 이렇게 썼다. “이 포도를 수확하는 일꾼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리듬에 따라 자연과 협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 고흐는 이들과 통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 그림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일꾼들은 삶에 찌들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오후 햇살의 따스함을 만끽하며 자기 일에 만족해 있다. 고흐는 이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저들 중 하나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1888년, 〈붉은 포도밭〉을 그릴 때 고흐는 색채만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상상력을 사로잡을 아름다움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개념을 실험하는 중이었다. 그는 색의 과학적 적용이 다른 자연법칙과 비슷하다고 믿은 조르주 쇠라의 예술과 글을 통해 색 이론을 연구하고 있었다. 쇠라는 눈과 귀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알면 색조, 색, 명암, 형체의 배열에 따라 새로운 예술 언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예술이 영혼을 향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이 이론에 공감했던 고흐는 보이는 대로 그릴 뿐 아니라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색을 사용했다. 오늘날 〈붉은 포도밭〉이나 〈별이 빛나는 밤〉 같은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그가 사용한 색채의 활력과 움직임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느낌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 […]

〈붉은 포도밭〉은 거의 빨간색과 노란색 사이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일부러 시도한 고흐의 도전이었다. 당시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기억을 더듬어 상상으로 특정한 범위의 색으로만 풍경을 그리는 것은 퇴보적인 것이었다. 많은 화가들은 이젤과 물감을 들고 밖으로 나가 눈에 보이는 것을 담아냈다. 그러나 고흐는 본 것을 기억해서 그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의 본질이다. 인상주의는 눈에 보이는 것을 완벽하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인상’을 옮기는 것이다. 인상주의는 화가가 본 것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다.

러스 램지, 『렘브란트는 바람 속에 있다』

고흐는 9년이라는 짧은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약 2천여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중 유일하게 생전에 팔린 〈붉은 포도밭〉도 고작 400프랑, 오늘날 가치로 약 2천 달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흐는 “싼값에 먹고살려니 많이 일할 수밖에 없어요. 손으로 먹고살려니 고생을 많이 해야 해요.”라고 어머니께 편지했다고 합니다. 또 그는 “영혼 속에 큰 불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그 불을 쬐러 오지 않고 행인들은 그에게서 그저 작은 연기만을 본다”고도 말했습니다. 포도밭의 농부들과 다르게 그의 삶은 고생에 찌들어 있었습니다. 색채가 보이지 않는 삶 같았습니다. 세상이 그를 인정해 주지 않고, 그의 삶 또한 아름답지 않은데 고흐는 생명력 있고 “영광스러운” 세상을 표현해 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바라본 세상은 그랬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 램지는 다음 질문을 던집니다. “내 삶이 이 세상에 가치를 더해 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는 전도서에서 그 답을 제시합니다. “내가 해 아래에서 한 모든 수고에 대하여 내가 내 마음에 실망하였도다 어떤 사람은 그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다하여 수고하였어도 그가 얻은 것을 수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그의 몫으로 넘겨주리니 이것도 헛된 것이며 큰 악이로다.”

고흐 삶은 수고스러움 투성이었고, 그의 노고는 연기처럼 희미하게 인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고흐의 예술가로서의 노력은 맨눈으로 발견할 수 없던 삶의 아름다움을 우리로 하여금 새롭게 발견하게 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고흐가 남긴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우리가 영광을 기다리고 있는 이 세상이 추하지도 허망하지도 않다는 확신일 것”이라고요. 하나님이 피조 세계를 통해 보여주시는 “그 영광의 빛을 조금이나마 추출해서 다른 사람이 보고 믿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요. 그 수고는 전도서의 전도자가 말하는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피곤함과 같습니다. 헛되고 큰 악처럼 느껴집니다. 피곤한 만큼의 보상도 없습니다. 그건 이 땅에서는 아직 그 영광과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흐와 같은 예술가들은 그 영광을 조금 더 깨달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예술을 통해 그 깨달음을 얻는 것 또한 우리에게 은혜임을 몰랐습니다.

나 하나 건사하고 먹고살 만한 저는 고흐처럼 괴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연기같이 희미한 저의 노고의 흔적에 제 삶이 가치 있는지 되묻곤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하나님을 영광을 바라보게 하는 지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비록 제가 그 열매를 보지 못하더라도요. 우리 삶의 가치는 우리가 보는 것 그 너머에 있으니까요.

구독자님, 오늘은 보이지 않던 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흔적을 발견하는 복된 하루가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