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긴 연휴에 간만에 휴식을 느껴 본 에디터 E입니다. 엿새를 거의 쭈~욱 쉬다시피 하니까 생각들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금요일에 다시 출근해야 해서 목요일엔 머리를 쥐어뜯었답니다. (더 놀고 싶어요) 😮‍💨 그래도 하루 일하고 다시 주말이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구독자님도 가족들과 평안한 연휴를 보내셨길 바라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매일이 순탄할 수는 없잖아요

누구나 그렇듯이 저 또한 하루하루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뉴스가 들리지 않길 바라고요, 관계적, 업무적으로도 갈등 없이 내 할 일 잘 해 나가길 바랍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매일 “주여 감사합니다”만 외치길 바랄 뿐이죠. 옛 어른들 말대로 예수 잘 믿고 착하게 살면 하나님이 복 주시고 우리는 매일 감사만 고백하고 사는 게 정석 아니겠어요. 올 한 해도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고 좋은 일만 가득하라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구독자님도 그랬겠지요?

하지만 압니다. 사소한 걱정 고민 없이 지나가는 날은 거의 없다는걸요. 그리고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난도 찾아온다는걸요. 그럴 때 고난을 어떻게 대했나요?

오늘날은 고난의 ‘유익’이라는 관념이 저항받는 시대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이들이 많은 경우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허약하게 만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불안과 과민 반응이 남아서 또다시 역경을 만나면 더 쉽게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하이트는 그렉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런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어서고 있다는 증거”임을 직감했다. 그는 그렉의 상태를 “심리적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으로 규정하고 설명을 덧붙인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깊은 신앙의 도움으로 그렉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논문을 끝냈으며, 2년 뒤에는 더 나은 조건의 직장을 구했다. …… 지금은 위기가 닥치기 전보다 더 행복하게 아이들과 살아간다.” […]

하이트는 그렉의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고난의 세 가지 유익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째로, 고난을 견디고 이겨 내면 회복하는 힘이 부쩍 커진다. 시련을 극복하는 법을 한 번 배우고 난 뒤에는 다음에도 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훨씬 덜 안달복달하며 살게 된다. 로마서 5장 3-4절은 이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둘째로, 고난은 관계를 탄탄히 다져 준다. 역경은 그 주인공을 오래도록 힘이 되고 삶의 자양분이 되는 깊은 우정과 가족 연대 속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유익은 아마 세 번째일 것이다. 고난은 “삶의 우선순위와 철학을 바꿔 놓는다.” 철학자 로버트 에먼스 Robert Emmons는 인생의 목표를 개인적인 성취와 행복, 관계와 친밀감, 신앙과 영성, (사회를 지속하는 데 이바지할) 생산성이라는 네 가지 기본적인 범주로 분류했다. 이들 가운데 삶의 상당 부분을 개인적인 성취와 행복이라는 목표에 투자하는 이들이 부정적인 삶의 환경에 가장 취약했다.

고난은 하나님과의 더 깊은 관계,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단단히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만, 자유와 안락함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아울러 역경과 시험은 우리를 이런저런 삶의 과제들에서 끄집어내 다른 차원의 삶의 주제들에 주목하게 해 준다.

하이트는 이를 다른 식으로 풀이한다. 모든 사람은 삶의 온갖 사건들을 “논리적으로 일관되며 활기찬” 내러티브로 묶어 주는 하나의 이야기를 작동시킨다. 고난을 겪어본 적이 없는 이들은 삶의 의미를 두고 순진한 생각을 품기 쉽다. 하이트는, 자신은 총명하지만 부모가 억지로 따분한 일을 시키는 바람에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예술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한 여성을 예로 든다. 그녀가 작동시킨 이런 이런 인생 이야기는 이 여성을 자기 능력에 관한 비현실적인 시각과 엄청난 자기 연민, 삶을 향한 원망으로 이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눈에 드는(한없이 창의적이고 자신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는 데도 단단히 한몫했다.

결국 시련이 그 여성에게 바른 눈을 심어 주었다고 하이트는 결론지었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짝지은 동기와 인생 이야기들로 엉망이 되었으며, 역경만이 조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하이트는 말을 잇는다. “트라우마는 …… 확신 체계를 흐트러뜨리고 의미를 판단하는 감각을 앗아 간다. 그러고 나서는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을 도로 맞추게 몰아간다. 이때 하나님이나 그밖에 더 높은 차원의 원리들이 부서진 조각들을 꿰어 맞추는 통합의 도구가 된다.”

하이트는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다. “고난을 찬양하거나, 만병통치약으로 치부하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시련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도덕적인 의무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암 진단의 파장이 불러오는 아픔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백번 타당한 주장이다. 이미 살펴보았듯, 성경은 하이트의 시각에 동의한다. 하나님은 인류의 슬픔을 지켜보며 슬퍼하신다. 성경에는 탄식하는 부르짖음과 “왜?”라는 외침으로 가득하다. 주님은 이를 비난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지금 당장 악을 이용해 선을 도모하도록 도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계신다. 하이트와 제임스 데이비스 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고난에서 인내와 절제와 소망이 나오며, 이를 뒷받침할 실증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근거들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팀 켈러,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오늘의 한 장은 조금 길었죠? 아무리 짧으려고 해도 고통에 관해선 짧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무려 544쪽이나 된답니다. (읽기로 결단하신 여러분, 화이팅!🥹)

저에게도 고통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모든 것이 불안정했고 그때 “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찾아 읽고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결국 그 모든 고민과 방황은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되었어요. 그런데 오늘의 한 장을 읽다 보니 제가 그때의 고통을 어떻게 대했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저자 팀 켈러는 하이트를 인용해 고난의 유익을 말합니다. 고난을 견디고 이겨 내면 회복력이 강해지고, 둘째, 관계가 더욱 탄탄해지며, 셋째, 삶의 우선순위와 철학이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고난은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다른 차원의 삶의 주제들에 주목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유익이 나에게 있었나? 분명 전 고난의 때보다는 더 성숙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고난의 유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 그동안 그 시기를 “잘 보냈다”라고 치부했습니다. 그냥 견디고 버티고 이제는 두 번 다시 겪기 싫은 힘겨웠던 과거 따위로 간주할 뿐이었어요.

그러나 하나님은 그 고난의 시간을 통해 저를 빚고 계셨습니다. 고난을 통해 역경을 견딜 수 있는 회복력이 생겼고, 공동체의 은혜를 알게 해 주셨습니다. 여기까지는 공감했지만 세 번째 유익을 깨닫지 못했더라고요. 다시 생각해 보니 예수님을 만났다고 해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임이 새삼스럽게 체감되던 순간 현실의 문제의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전부 아시고 내버려두지 않으신다는 사실과, 내 하늘 아버지가 무엇보다도 크고 위대하신 분이라는 사실 자체로 전 버틸 힘이 생겼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은혜를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때의 고난 덕분이구나, 하나님께서 날 그렇게 연단하셨구나. 나도 모르게 변한 삶의 관점은 내 지혜로 깨달은 게 아니었구나. 고난을 겪게 하시고 함께 아파하시고 이겨낼 힘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우릴 위해 고난을 겪으신 하나님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생각에 2025년이 두렵지 않습니다. 기쁘고 행복한 일 투성이겠지만, 혹여 또다시 고통이 찾아온다고 해도 변화한 나의 관점은 제 눈을 하나님께로 고정시킬 것입니다. 구독자님도 올해는 주님 안에서 함께 좀 더 단단해지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