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음이 약간 설레는 에디터 E입니다. 세상이 뒤숭숭해서인지, 진정한 왕, 평강의 왕이 오신 날을 기뻐하고 기념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끼고 있어요. 마음속 죄성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라는 속삭임을 보내지만, 그래도 “마라나타!”를 외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고대해 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진정한 어른이란...

저희 엄마가 저를 키우며 진절머리를 냈던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뭐만 하면 “내가 할래!” “싫어!”라고 외치던 3살 무렵이죠. ‘내가’ 신발을 신어 좌우 바꿔 신고, ‘내가’ 머리에 핀을 꽂아 엉망을 만들고, 들지도 못할 장바구니를 ‘내가’ 들어 그 안에 든 물건을 질질 끌고 다니던 때였습니다. 엄마가 “엄마가 해줄까?” 하면 “싫어!”로 대꾸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냐고요? 뭐, 똑같죠. 이제는 엄마에게 일부러 깐죽대며 “시~러!”라고 아주 얄밉게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저 청개구리 같은 녀석”이라며 뭐라 하십니다. 🐸 

유치하지만 여전히 “내가”와 “싫어”를 외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오늘 읽은 책의 저자가 아주 잘 설명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언제 어른이 되는가? 자기를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으로 인식할 때다. 자기발견인 것이다. “이건 내 인생이야” 하고 부모로부터 벗어나 독립선언을 할 때, 부모도 서운하고, 본인도 불안할 수 있다. 그래도 자립적인 인간으로 살려면 심리학자 롤로 메이(Rollo May)가 말한 대로 “심리적 탯줄을 끊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자기 주도적인 삶이 아니라 남에게 휘둘리며 사는 타인 주도적 생을 살게 된다. 

자기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삶을 살지 못한다.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산다. 부모나 선생님, 또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맞추며 사는 법만 익힌다. 머리 위에 레이더를 달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인생의 목표와 가치 기준이 남들의 인정을 받는 데 있게 된다. 무시당하지 않을까, 왕따 당하지 않을까, 지나친 피해 의식으로 상처를 입는다. 그런 사람은 원망과 불평이 많고 모든 책임을 부모와 다른 사람들에게 돌린다. 결과적으로 그런 삶은 분노와 좌절로 불행해진다. 하나님이 주신 내 인생을 내가 살지 못하면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다. 

사람은 거울 앞에 서야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현대인, 특히 ‘나 세대’(Generation Me)라고 불리는 청년들은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빠져들기 때문에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여도 속으로는 우울하고 좌절한다. 거듭 말하지만, 자기 자신에게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마치 고장 난 CD가 같은 소리만 내듯 절대로 자기를 넘어설 수 없다.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자 앞에 서야 진정한 자기를 발견한다.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내가 이 세상의 다른 어느 사람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남과 비교하면서 우월감도 열등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나는 하나님이 인정하는 절대가치를 지닌 인간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유한하고 허물이 많지만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희망도 갖게 된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에베소서 2:10).

이승장, 『왜 나는 예수를 믿는가』

저는 열다섯 살에 유학을 나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심지어 4살 어린 동생의 학교 입학, 각종 서류 등록도 혼자 처리했고, 만 18세에 운전을 시작해 동생 등하교까지 책임졌습니다. 아버지가 “가서 독립적으로,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라”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슬프게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은 잘 배우지 못해 성적은 엉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때부터 독립된 인간이고 어른의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독립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부모님의 재정적 지원에 의지했고, 미래를 결정하는 데에도 부모님과 주변의 인정이 우선이었습니다. 즉, 10대의 전 자취하는 법은 일찍 배웠어도 완전한 어른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말씀에 흔들려 넘어질 때면 억울함도 컸습니다. 내가 원한 삶이 아니었는데, 라고요. 

오늘 본문을 읽으며 “어, 이거 내 얘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억울하고 우울했던 순간들, 이후 내가 나를 찾아가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나 세대’에 속하는 연령이기도 하고, 내 뜻대로의 삶도, 남들이 원하는 인생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던 경험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이미 어른이지만 그때의 저는 10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진정한 어른, 즉, 독립된 인간이 된 순간은 “천국 시민권자”라는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창조자에게 속한 나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자, 제 삶은 주도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지만,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 선택은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내가’ 한 것이기에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되려 감사했죠. 그리고 때로는 하기 싫고 잘 못하는 일이 주어져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 제 선택에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뭘 하든 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내 인생이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설계되었고, 그에 따라 살아갈 수 있게 구원받은 은혜를 알기에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목적을 찾은 후로 “내가”와 “싫어”는 진정한 어른이 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외침입니다.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삶에 책임을 지되, 주권은 주님께 있음을 깨달은 저의 표현입니다. 자신만만함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만만해진’ 삶을 사는 것이지요. 

한없이 모자라고 어린 우리를 진정한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기뻐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구독자님, 저와 함께 오늘도 좀 더 어른이 되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