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겨울 구매한 목도리 잃어버리고 슬퍼하고 있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지난주 눈도 오고 해서 신나서 새 목도리를 찾았는데 글쎄 없는 거예요! 가볍고 따뜻해서 잘샀다템이었는데 말이죠. 소중한 건 소중하게 다뤘어야 했는데 아무 데나 막 뒀더니 필요한 순간 결국 없네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관계는 상호작용이에요

사회성이 한참 모자라던 10대 시기를 떠올리면 이불킥을 하다 밤을 샐 수도 있습니다. 전 특히나 눈치가 없는 편이라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게 매우 느렸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구실은 하게 되더라고요. (주께 감사!)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마음속 한 구석이 약간 불편합니다. 일회성으로는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화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친해지려고 하면 의지적으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구독자님도 그러신가요? 하지만 우리가 맺은 관계 중 절대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있지요. 아마 뭔지 아실 것 같아요. 😉

그분과 함께 새 인생을 살아갈 자를 부르시는 의사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만남은 일회성입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잊어버립니다. 심지어 치유 사건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치유의 은혜를 입으면 감사하기는 하지만, 그 관계가 평생의 관계로 이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리 레위와 예수님의 만남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본문이 시작되는 27-28절을 보십시오.

 “그 후에 예수께서 나가사 레위라 하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따르니라.” 

예수께서 세리 레위를 보실 때부터 그분은 그와의 특별한 관계를 예감하십니다. 그리고 “나를 따르라”라고 명하십니다. 그를 당신을 따라야 할 제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이에 세리 레위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그분을 따르게 됩니다. 예수와의 만남이 세리 레위에게는 과거를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는 예수라는 존재와 더불어 새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리 레위의 평생의 의사가 되시는 순간입니다. 그는 이 뜻깊은 만남을 기리기 위해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하고 축제를 열었습니다. 새 인생의 축제였습니다.

바로 이 축제를 비난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이 병든 자의 의사로 오셨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착각하는 바리새인들과 예수는 상관이 없지만, 자신의 병듦을 인정해 예수님을 의사로 믿고 삶을 의탁하는 자들에게 그분은 영원한 구주가 되신다는 선포였습니다.

이동원, 『쉽게 풀어 쓴 누가의 예수 이야기 1』

저자는 누가가 묘사하는 예수님 중 ‘의사’이신 예수님에 집중합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는 의사, 육신의 병 고침을 호소하는 자들에게 영의 병부터 치유하는 의사. 전인적인 치유를 행하시는 유일한 구원자이자 의사. 그러나 저자는 예수님의 고침은 고침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평생 관계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였던 레위에게 영의 구원이라는 치유를 주시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도록 부르십니다.

돌아보면 제가 예수님을 구주로 맞은 사건은 제 성향을 잘 반영한다고 느낍니다. 예수님은 끊임없이 문 앞에서 두드리시는데 저는 그 부르심에 쭈뼛쭈뼛 나아갔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어디에 속한 존재냐고 억울함에 차서 물었을 때 교수님들을 통해 주신 ‘하늘나라에 속한 시민’이라는 대답은 마음을 울리고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레위처럼 예수님이 부르시는 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따르”지는 못했습니다. 감동을 품에 간직한 채 쭈뼛거리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죠. 그래도 어색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어도 일단 순종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말씀을 묵상하고 공부하고 세상을 하나님이 주시는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순간 예수님을 만나는 것으로 우리의 신앙이 세워지고 견고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단번에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 대신 그 죗값을 치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성화 과정이 남았습니다. 이미 오셨지만 앞으로 다시 오실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는, 이미 이루었지만 아직인 상태인 구원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예수님의 부르심과 그분과 이어가는 관계가 성화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부르실 때 응답해야 하고, 응답을 했으면 계속해서 함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예수님은 우리의 “평생의 의사”가 되어 주실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의 평생 의사이고 특별한 관계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올해도 그렇게 함께해 주셨다고 생각하니 참 소중한 2024년이라고 느껴집니다. 남은 한 달도 그렇게 소중함에 감사하며 관계의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죄성을 떨쳐내고 사람들과 받은 은혜를 나누는 교제를 해 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