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살림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 분명 자취할 때만 해도 이 일에 크게 욕심이 없고 귀찮기만 했는데, 신기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니 요리하는 것도 꽤 재밌고 집 구석구석을 채우고 정리하는 것도 즐겁게 느껴지네요. 구독자님은 요즘 무엇을 즐거워하고 계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답장을 통해 들려주세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Feb. 20  가장 좋은 것의 위험성
 
하나님이 그에게 일러 주신 곳에 이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곳에 제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 놓고 그의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제단 나무 위에 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 (창세기 22:9-10)

그 순간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내가 여기 있나이다.” 아들을 제단 위에 놓고 벼랑 끝에 몰린 아브라함이 대답했다.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12절). 그때 뿔이 수풀에 걸린 숫양이 아브라함의 눈에 띄었다. 그는 이삭을 풀어 주고 아들 대신 그 양으로 번제를 드렸다.
 
마지막에 여호와의 사자는 그에게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그분이 알아보려 하셨다는 뜻은 아니다. 전지하신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 상태를 이미 아신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님은 그를 용광로에 넣으셨다. 하나님을 향한 아브라함의 사랑이 결국 ‘순금같이 되어 나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나님이 왜 이삭을 수단으로 삼으셨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으셨다면 아브라함은 틀림없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들을 가장 사랑했을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는 우상 숭배이며, 모든 우상 숭배는 해를 초래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거칠게 다루신 것은 오히려 자비였다. 이삭은 아브라함에게 놀라운 선물이었지만 하나님을 첫자리에 모실 의향이 없다면 이삭과 함께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았다.

팀 켈러, 『팀 켈러, 사랑으로 나아가는 오늘』

오늘은 한 장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365장의 주제가 모두 다른 데다 어느 한 장 빠짐없이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되었거든요. 그러나 딱 한 장만 레터에 담을 수 있으니, 그래도 제가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주의 깊게 보았던 고난의 이유에 관한 장을 들고 오게 됐습니다.
 
팀 켈러는 고난이 우리가 지난날 저지른 죄의 대가도, 하나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도구도 아니라고 말해요. 오늘의 한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고난은 안전한 삶으로의 초대임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는 하나님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는 "하나님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시 말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지 않으면, 당신은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없다"고 설명해요. 따라서 가진 걸 전부 잃어버리고 예수님만 남게 하는 고난은 오히려 하나님의 진노가 아니라 자비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정말 고난이 그런 이유에서 오는 거라면, 혹시 조만간 내게도 고난이 찾아올까 두려움을 느꼈어요. 요즘 제가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행복해하는 것 같거든요. 제가 오래 바라던 것, 제게 가장 좋은 것, 곧 배우자를 얻은 후로 둘만의 교제에 푹 빠져 하나님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계시니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결혼해 보니 어떻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너무 행복해서 문제"라고 답하곤 해요.
 
이 책에서 팀 켈러 역시 "행복한 결혼은 당신의 마음을 하나님에게서 배우자에게로 돌려놓을 위험성이 높다. 하나님이 아니라 배우자에게서 사랑과 안전과 기쁨을 찾는 것이다. 하나님과 참되고 실존적인 사랑의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결혼은 우리를 망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문장을 마주하고 제 동공이 흔들렸어요. 하나님이 제게도 아브라함과 같은 순종을 요구하시기 직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마침 이번 주 직원 예배에서 말씀을 전해 주신 선교사님을 통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듣게 됐어요. "사랑하는 아내를 데려가셔서 이제 내 속에 있는 것을 꺼내 보일 대상이 하나님밖에 없더라"고 하시면서 그 일에 감사를 고백하시더라고요. 팀 켈러가 말했던 고난의 유익을 직접 경험한 이의 살아있는 간증을 듣게 된 거죠.
 
어쩌면 하나님이 지금 제게 기회를 주시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앞선 두 사람처럼 고난을 기회로 여기고 감사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왕이면(?) 하나님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시기 전에 내가 인생의 좋은 것들을 하나님의 자리에 놓았다는 사실을 회개하고 마음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할 것을 결단해 봅니다. 문득 "결혼의 종착지가 행복이 아니라 거룩임을 알아, 서로 합력하여 하나님을 경외하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며 살겠다"던 혼인 서약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되네요.
 
오늘의 한 장 앞뒤로도 그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하는 그의 지혜와 통찰이 빼곡히 담겨있습니다. 구독자님,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팀 켈러의 지성에 기대어 보다 풍성한 신앙 생활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