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Y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은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에는 하나님께서 올 한해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 헤아려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올해 구독자님은 하나님께 어떤 은혜를 받으셨나요? 제게는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하시는 은혜가 있었답니다. 회사에선 함께 일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게 하셨고요, 《노타임롱씨》를 통해 소중한 구독자님을 만나게 하셨어요. 정말 귀한 은혜입니다.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성도들 중에는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은혜를 받고, 한 주간 삶의 현장에서 살다가, 다음 주일에 교회를 올 때 지난주에 받은 은혜를 몇 배로 키워서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편 지난주에 받은 은혜를 모두 잊어버리고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은혜를 키워 은혜 위에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의 일주일을 보면 늘 받은 은혜를 기억하면서 은혜의 마중물을 간직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은혜를 키우는 사람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은혜의 마중물은 기억력과 비례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북미주 영적 대각성 운동 단체인 자마(JAMA) 대표 김춘근 장로님은 간경화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치료를 얻은 분이십니다. 장로님은 하나님이 생명을 거두어 가지 않고 살려 주신 은혜를 기억하기 위해 자기만의 마중물을 만드셨습니다. 바로 콧수염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코에서 숨이 나가고 들어갈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감각을 통해 코에 생기를 다시 불어 넣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자 했습니다. 콧수염을 은혜의 기억 장치, 은혜의 마중물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장로님을 만나면 항상 은혜 안에 거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제 핸드폰에는 어릴 적 제가 살던 초가집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볼 때마다 저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눈을 감고 그 집 마당으로 저를 데리고 가면, “병락아~” 하고 저를 데리러 오시던 은편교회 이현숙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아버지를 교회에 모시고 가기 위해 자주 심방을 오시던 강봉조 목사님의 모습도 생각나면서 저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자연스럽게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그 사진은 제 은혜의 기억 장치입니다.

지금 은혜가 필요합니까? 이미 주신 은혜를 먼저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그 은혜를 더 큰 은혜를 맞이하는 마중물로 사용하십시오. 은혜 위에 은혜가 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병락, 『쏟아지는 은혜』

오늘의 한 장에서 ‘은혜의 마중물’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표현은 요한복음 1장 16절 말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요.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은혜 위에 은혜’라는 단어에 주목합니다. 펌프에 댄 마중물이 계속해서 펌프가 물을 길어 올리게 하는 것처럼, 이미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은혜의 마중물’이 되어 은혜 위에 더한 은혜를 누리게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 주신 은혜를 먼저 기억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받은 은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은혜의 기억 장치’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은혜 받은 순간을 보관하고 때마다 꺼내서 은혜를 기억한다는 뜻이 잘 담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한 장 속 은혜의 기억 장치의 사례를 보며 저도 저만의 은혜의 기억 장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 손가락을 살짝 만져보면서요.

제 오른손 셋째 손가락에는 흉터가 하나 있어요. 이제는 작고 희미해졌지만, 그릇처럼 모은 두 손에 피가 고여 흐를 정도로 크게 다쳤던 흔적이에요. 피가 뚝뚝 흐르는 걸 보며 주변에 있던 모두가 허둥대고 저도 놀라서 얼어붙어 있던 그때, 마음 속에 갑자기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괜찮다. 괜찮다.’라는 선명한 확신이었죠. 제 마음 속에서 울리는 말이었지만 분명 제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스스로에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괜찮다는 확신이 듦과 동시에 신기하게도 물에 물감이 퍼지듯 마음에 평안함이 퍼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 경험은 제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친 그 순간뿐만 아니라, 당시 제가 겪고 있던 총체적인 상황까지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제가 눈물의 길을 걷던 중이었거든요. 🥲  그 후 실제로 상처도 잘 나았고, 힘겨웠던 제 상황도 괜찮아졌습니다. 작은 이 흉터를 만져볼 때 저를 회복시키셨던 은혜를 기억하게 됩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오돌토돌한 이 촉감이 제 은혜의 기억 장치가 되겠네요. 당장의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이 촉감을 통해 나를 괜찮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며 힘을 얻습니다.

은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혜를 유지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힘써 은혜를 기억하지 않으면 오늘의 어려움으로 어제는 충만했던 은혜가 없었던 일처럼 희미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에요. 받은 은혜를 기억하면서, 더 큰 은혜를 힘입어 살아가는 구독자님과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사역, 우리의 존재까지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에서 시작되니까요.

구독자님께도 구독자님만의 은혜의 기억장치가 있나요? 오늘까지 구독자님을 살피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 속에 꼭꼭 새겨 보았으면 좋겠어요. 하나님께서 더욱 부어주실 은혜를 맞이하는 마중물을 준비하는 마음을 가지고서요. 추수의 기쁨을 누리듯 한 해를 넉넉히 감당하게 하신 은혜를 기뻐하며 더욱 은혜를 길어올리는 저희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