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E입니다. 요즘 점심 때 붕어빵(크기만한 잉어빵)을 사 먹는 재미에 빠져있답니다. 여사장님하고 왜 이제야 오시는지, 남사장님은 왜 같이 안 오셨는지 담소를 나누다 보면 갓 구워진 팥 붕어빵을 기다리는 시간도 순삭입니다. 구독자님의 월요일도 그렇게 잔잔한 기쁨으로 가득해 순삭된 한 주를 보낸 뒤 새롭게 맞는 월요일이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노타임롱씨는 그대의 붕어빵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전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누군가에게 예수님에 대해 말로 알려 주거나, 노방 전도를 하는 것, 요즘 저에게는 아버지에게 “자꾸 딸 신앙으로 천국 간다는 사이비 같은 소리 하지 마시고 직접 믿으세요”와 같은 전도를 가장한 잔소리가 연상됩니다. 삶으로 살아내는 믿음이 매우 허접해서 자꾸 말로 때우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 삶은 그렇게 거룩하지 않거든요. 매일 큐티는 꿈도 못 꾸고요, 일은 닥치는 대로 하느라고 너무 바빠 성령님께 의뢰하지 못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투덜이 캐릭터라서 누가 절 처음 본다면 “크리스천이시군요?”라고 묻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삶으로 살아내는 전도는 어떤 걸까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날만큼은 그들에게 특별한 날이 되기를 바랐고, 자선사업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력 검사를 하고 그들이 그대로 이행하지도 못할 처방전을 주는 대신, 시력 검사를 하고 그날 그들에게 안경을 맞춰 주었다. 새 양말 한 켤레를 주는 대신, 발톱 관리를 해 주고 새 양말을 주었다. 고혈압이 있다는 걸 알려 주는 대신, 개인적인 치료를 해 줄 진료소들과 연결해 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잘라 주고 프라이드 치킨으로 점심을 대접한 후, 담배를 주었다. 그냥 아무 담배나 준 것이 아니라 최고급 담배였다.

‘엣지’ 회원들은 길에서 노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때 활기 넘치는 대화들이 오고 갔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 전보다 좀 더 당당해 보였고, 좀 더 미소를 띈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대접을 받은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를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조금만 피우고는 다음날을 위해 남겨 두었다. 어떤 사람은 다 피웠고, 어떤 사람은 담배 냄새만 맡았다. 그들의 눈이 옛 추억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비네트(Vignettes : 특정한 사람, 상황 등을 분명히 보여 주는 짤막한 글) 안에서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어 왔다. 내 마음속에 작은 그림들을 떠나보낼 수가 없다. 내가 항상 가져갈 비네트는 드라마 <사인펠드>에 나오는 크레이머처럼 생긴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의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어 있었는데 머리를 자르는 걸 원치 않았다. 그는 약간 놀란 얼굴로 자기 침낭을 꼭 붙잡고 치킨을 다 먹은 후에 이렇게 말했다. “머리는 안 잘라도 돼요. 하지만 발 관리와 담배는 또 주셔도 돼요.” 달콤한 기억이다. 나는 종종 그를 생각한다. 담배, 존엄성, 존중, 그리고 추억들에 감사한다. 

어수선하고 난잡하게 산다고 해서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 때 삶은 중노동 캠프가 된다. 넛저들이 남긴 향기는 힘들고 지친 자들에게 더 쉽고 자연스러운 삶의 길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예수님의 흔적의 냄새를 맡을 때, 우리는 노예 노동 캠프를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단숨에 알게 된다. 예수님의 향기가 풍겨 올 때 당신은 자비의 메아리와 은혜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레너드 스윗, 『넛지 전도』

저자 레너드 스윗은 유명한 문화 사역자입니다. 그가 넛지라고 칭하는 복음 전도는 제가 연상했던 ‘말로 하는 전도’와 함께 삶으로 살아내는 전도입니다. 그들이 말로 이해하지 못하면 보여주고, 행해서 복음을 전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행함은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거룩한 행동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위의 예시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노숙자들이 대우받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최고급 담배를 줍니다. 식사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프라이드 치킨을 주고요. 머리 속에서 콜레스테롤, 혈관, 폐 질환 같은 걱정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요지는 노숙자들의 옳은 건강 관리법을 알려 주는 게 아닌 그들에게 존중과 대우를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담배를 피우며 대화함으로써 노숙자들이 삶을 고쳐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아닌 예수님이 그러하시듯 우리도 그들의 삶에 관심 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노동같은 삶에서 예수님의 흔적의 냄새를 맡고 예수님께 다가오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향기가 나는 집은 ‘나는 당신의 크리스천 이웃입니다’가 아니라 ‘나는 당신의 친구입니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복음의 신선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집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삶에서 복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하는 전도입니다.

신학교 때 만난 외국인 동기들은 때때로 이태원 클럽을 돌거나 밤늦은 시간 클럽 주변 카페를 돌아다니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그곳에서 클럽 노래에 리듬을 타는 사람들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막춤을 추기도 하고, 클럽에서 놀다 지쳐 카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무슬림을 만나면 그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믿으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교제를 하냐고 묻자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예수님은 이곳에도 계시니까.”

고린도전서 8장에 나오는 우상 제물을 먹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클럽에서 춤추는 것도, 담배를 피는 것도, 몸에 안 좋은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것도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약한 자들이 걸려 넘어질까 염려하여 자제하던 것들이 우리가 아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향기도 내뿜지 않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전도자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는 것도 발견합니다. 복음을 타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디 나의 삶도 그러해 누군가가 예수님의 향기를 살짝이라도 맡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