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을 통하여’는 라틴어로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인데, 우선 솔라(Sola)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솔라는 ‘하나의’ 또는 ‘유일한’이라는 뜻이다. 결국 다른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솔라 스크립투라’는 ‘성경만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문자적 번역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굳이 번역한다면 ‘오직 성경을 통하여’가 바람직하다. [...]
루터는 이미 이단으로 정죄되어 파문을 당했지만 심문은 필요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록하고 말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는 그가 황제 칼 5세 앞에서 한 유명한 발언이다.
나는 성경의 증거와 명료한 이성적 근거를 따르지 않아 무수히 오류를 범하고 자가당착 모순을 범한 교황도, 공회도 믿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로잡은 ‘오직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 말씀의 포로가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글 중 아무것도 뒤집을 수 없다. 양심에 반해 그 무엇을 한다는 것은 완전한 것도, 거룩한 것도 아니다. 하나님, 나를 도우소서! 아멘.
1521년 5월 4일, 루터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가족이 기다리는 비텐베르크로 향했다. 그때 제국의회에 함께했던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현공은 루터를 보호하기로 마음먹고 군인들을 풀어 루터를 깊은 산속에 위치한 자신의 성 바르트부르크로 피신시켰다. […]
루터는 바로 이곳에서 고독과 싸우며 진리를 위한 성경 번역에 착수했다. 루터가 작곡해 불렀다는 찬송, “내 주는 강한 성이요”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1521년 반포된 ‘보름스 칙령’으로 누구든지 루터를 죽일 수 있었다. 그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 이 찬송을 불렀다. 그래서 바르트부르크 성에 서면 누구든지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다. 30대에 불과한 종교개혁자 루터의 고독과 한, 환호와 열정, 기도와 찬송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고독은 죽음의 위기 가운데 가족을 떠나 홀로 이 성의 작은 방에 숨어 살아야 할 정도였고, 그의 한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진리를 외쳤지만 그로써 죽음의 위기에 처할 정도로 처절했다. 그럼에도 그의 환호는 위기 가운데서도 《9월 신약성경》이라는 종교개혁 최대의 업적을 이룬 것이며, 열정은 344종에 달하는 ‘독일어 성경’을 향해 중단할 줄 모르고 그의 가슴이 계속 타오른 것이다. 기도는 그곳이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기도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영적 전쟁터였음을 뜻하며, 찬송은 루터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의 위기와 불안, 아픔 가운데서도 한숨을 찬송으로 바꿔낸 것을 의미한다.
김성영 외, 『종교개혁 길 위를 걷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