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무 가장자리 잎사귀들의 색이 바뀌는 걸 보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한창 더울 때는 2024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선선해지고 나뭇잎이 변모하기 시작하니 벌써 올해도 끝을 향하는 건가 싶어요. 이뤄 놓은 건 없는데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고단하다 고단해

저는 ‘고단하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사귄 친구가 그렇게 “고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더라고요.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 친구는 참 열심히 살거든요. 본업에 부업에 육아에… 그 친구에게 물들어 저도 어느샌가 ‘고단하다’는 말을 꺼낼 때가 있습니다. 일이 많거나 바쁘고 몸을 많이 써서 피로한 상태와는 다르게, 반복되는 일상,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삶, 내 맘대로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그런 고단함에 공감하는 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친구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이내믹할 게 없는 일상이거든요. 그마저도 체력이 모자라서 고단함을 가중시켜요. 저녁 약속이 있는 다음 날이면 아침 기상이 너무 힘들고 다음 날 업무 집중이 어려워져요.

구독자님의 삶에도 혹시 그런 고단함이 깃들어 있지는 않나요? 그 평범하고 고된 삶에서 구독자님의 희망은 무엇인가요?

화가의 이름은 ‘니글’이다. 그는 꼭 그리고 싶은 나무가 있었지만,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기에 이웃들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자기작품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어느 날 허망하게 독감에 걸려 죽었다. 아마 주위 사람들은 말하지 않았을까? 사람만 좋았지, 결과적으로 보면 헛수고만 했다고!

자, ‘니글’이 하늘나라에 갔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자신이 평생 꿈꾸며 그리려 했던 것이었다. 그는 나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나무를 이루고 있는 무성한 나뭇잎 중에 자신이 그렸던 이파리 하나가 있는 게 아닌가? 니글은 감격하며 말한다.

“이건 선물이야!”

의미 없어 보였던, 실패작과 같았던 니글의 이파리 하나가 하나님이 보실 때는 가치 있는 것이었다. 하나님 나라의 나무를 이루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

나는 천국에 가면 예수님께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 

나는 처음 이 구절을 읽고 충격에 빠졌었다.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인간이 아무리 자신이 감당하는 일의 크기가 더 크고 의미 있다고 거들먹거려도,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적은’ 일이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라고 칭찬해 주신다. 더 많은 것을 맡기고, 당신의 즐거움에 동참시켜 주신다.

참 다행이지 않은가? 하나님이 보시는 것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얼마나 크고 위대한 일을 했느냐, 업적을 남겼느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느냐가 아니다. 이렇게 평가하신다면 우리 대다수에게는 소망이 없다. 그러나 그분은 ‘적은 일’, 즉 ‘맡겨진 것에 충성하는 삶’(고전 4:2)을 보신다. 그러니 지금 당신 눈에 비친 당신의 인생이 ‘이파리’ 한 개만 그린 의미 없는 인생, 헛수고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이 보실 때는가장 가치 있는 인생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통령, 『부족하지만 나아지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고단해도 하루 중 사건 하나만 있어도 (웃긴 농담 하나를 듣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죠. 물론 그렇다고 고단함이 어디 가지는 않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하루가 끝나지 않는 것 같은 25시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면 난 언제 쉴까?’ ‘정말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달만 살아 보고 싶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회사 일만 하다 하루가 다 가버리는 구나’ 싶을 때도 많고요.

그러다 오늘 위의 본문을 보면서 살아내는 것의 목적이 와전되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루가 꼭 재미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뿌듯함을 느껴야만 의미가 있는 삶이 아닌데, 그런 것마저 결여되면 고단한 삶을 살아낼 의미가 없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수많은 영적 리더들이 일상에 지친 성도들에게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도 잘 살고 있다고 위로를 해 주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잘 사는 삶이라고 여겼습니다. 그 열심과 충성이 누굴 위한 건지도 모른 채 말이에요.

그걸 깨닫고 나니 이 책의 제목부터 소제목까지 전부 저를 찔리게 만들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나아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나’에 만족한 나머지 자족할 줄 아는 겸손한 그리스도인으로 자평했던 제가 보였습니다. ‘부족함’에 대한 답은 “하나님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라”는 소제목과 이 본문이 알려 주었습니다. 내가 만족해야만 열심히 산 삶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나를 보고 ‘충성된 종’이라고여기셔야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도 그 가치가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톨킨의 소설 속 화가 니글의 예시를 들면서 세상에서 의미 없어 보이던 니글의 이파리 그림이 하나님 나라에서는 나무를 이루는 소중한 자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니글이 그린 이파리가 걸작이어서가 아닙니다. 그의 삶이 하나님 보시기에 가치있었기 때문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의 소망은 ‘언제쯤 내가 원하는 만큼 쉴 수 있을까’도 아니고 ‘오늘도 그래도 열심히 살았네’와 같은 자기 위로도 아닌, “오늘도 하나님이 맡기신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었다”는 관점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이미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시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