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간 한쪽 눈을 감고 모른 척 미루던 일을 오늘은 해치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갑자기 샘솟는. 최근에는 그 대상이 휴대폰 앨범 정리였어요.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며 매일같이 보내오는 알림에도 꿈쩍하지 않다가, 주말에 마음을 굳게 먹고 재작년 사진부터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그렇듯 '그때그때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더라고요. 구독자님에게도 그냥 모른 척 덮어두고 있는 일이 있나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사실, 오늘날 우리 문화의 전역에 걸쳐 수많은 사회 이슈를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수십 년 전, 프랜시스 쉐퍼가 말한 그대로다.

성경을 믿는 복음적인 크리스천들은 꼼짝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신사들끼리 주고받는 점잖은 논전이 아니다. 악을 대변하는 영적인 숙주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내세우는 무리들이 생사를 걸고 벌이는 싸움이다. … 하지만 정말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믿는가? 전투에서 감당한 몫이 영원히 지옥에서 헤매느냐 여부를 가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진심으로 믿는가? 윤리적인 왜곡과 추락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살게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정 믿는가? 참으로 그러하다고 믿고 움직이는 이들은 서글프게도 복음주의 진영을 통틀어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이슈들에 대해 성경적으로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 크리스천의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런 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 없으며 복음주의 진영의 상당 부분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세상의 영에 미혹되었음을 눈물을 머금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보다 심각한 사실은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성경의 진리와 윤리를 확고하게 지키지 않는다면 장차 한층 끔찍한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우리 세대의 실상이 아니면 좋겠다. 침묵하는 죄를 저지르지 않길 빈다. 입 다물고 외면하는 것도 의사 표현의 일종임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복음을 굳게 잡을 뿐만 아니라 그 복음을 가지고 이 시대를 주름잡는 가장 뜨거운 쟁점들에 대해 정확하게 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확신과 더불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마태복음 기자는 기록했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 9:36). 하나님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그분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시기를 기도한다.

데이비드 플랫, 『카운터 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