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오늘은 레터를 받아보고 좀 놀라셨죠? 어딘가 낯설지만 《노타임롱씨》 뉴스레터 맞습니다. 😝 여러분과 레터를 주고받은 시간이 무려 2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환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매주 같은 디자인, 같은 에디터, 같은 형식의 레터가 지루하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들의 레터를 늘 기다려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 아, 그리고 이제 여러분에게 피드백이 아닌 답장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에디터들과 나누고 싶은 여러분의 이야기를 마음껏 남겨주세요. 그럼 그 답장의 답장이 레터에 실릴지도?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하나님의 열심을 의지해 보세요

단기선교도 잘 다녀왔고 수련회도 잘 다녀왔는데. 지금 제 마음이 풍요롭기 보다 공허한 것 같아요. 그때 부어 주신 감격과 굳은 결단이 다시 돌아온 이 삶의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것 같거든요. 분명 "고등부 아이들과 순원들을 최선을 다해 섬기겠노라" 결단했는데, 여전히 심방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고. 또 "하나님과의 교제 시간을 정확하게 분별하리라" 약속하고서도 더 시급해 보이는 일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실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때 느낀 감동이 가짜였던 걸까? 그 눈물이 거짓이었던 걸까? 전인격적인 회심의 눈물이 아니라 단순 감정의 동요였던 걸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요즘, 오늘의 한 장이 그런 제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어요.

베드로는 자기가 가진 의욕과 결심만으로는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예수님을 부인하고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매우 소중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자신의 열심과 정성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후에야 ‘내가 고백하고 확신한 것이 진짜 내 실력은 아니더라’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확고하고 진실한 신앙고백을 하더라도 이 고백이 우리가 실제로 살아 내야 할 현실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살아 내지 않는 한 고백은 공허합니다.

이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베드로의 연약함을 알면서도 그에게 양을 맡기신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는 이제 자기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베드로의 모든 것, 곧 그의 연약함마저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 자신을 쓰시려 하는 마음을 알게 된 그는 순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베드로가 이룬 사역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본래 담대하고 훌륭한 위인이라서 남다른 업적을 이루었다는 데에 있지 않고, 하나님이 흠 많은 베드로를 사용하셔서 당신의 일을 하셨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은 베드로가 자기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깨닫는 훈련을 하게 하셨던 것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알아 가는 데에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것이 베드로의 생애입니다.

우리의 진심과 연약함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당신의 양을 맡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안다면, 이제 주저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담대히 나아갑시다.

박영선, 『하나님의 열심』

우리가 매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보다 실수하고 실패하는 때가 더 많지만, 저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오히려 우리의 실수와 부족함이 우리의 운명을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 앞에 우리의 간담이 녹고 그를 찬양하게 될 것이라고요. 마치 지독하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야곱이 말년에 외친 고백처럼 말이에요. "나의 하나님, 이 못난 자를 이끌어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나같이 못난 자도 구원하시고 용서하시고 인도하시다니. 하나님의 은혜를 나보다 많이 깨달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도 동일한 감격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 감격이 씨앗이 되어 훗날 그가 대사도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자는 이 과정을 "하나님의 설득"으로 표현하는데요. 믿음은 하나님이 “네가 먼저 내놔라. 네가 내놓은 것을 보고 너에게 복을 주겠다”라고 하시는 거래나 강요도 아니고, 하나님은 가만히 팔짱을 껴고 서서 우리가 옳게 사는지 그르게 사는지 따지는 재판관도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던 그 아브라함을 끈질기게 설득하셔서 결국 아들 이삭을 기꺼이 내놓는 자리까지 이르게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만으로 충분히 만족하여 하나님에게 더 드릴 것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경지에까지 우리를 끌고 가시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우리도 하나님의 설득과 간섭으로 결국 하나님에게 기꺼이 마음을 드리는 자리, 저 영광스러운 믿음의 자리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요. 그러므로 우리가 넘치는 의욕으로 보다 완벽한 신앙을 위해 애쓰기보다, 하나님께서 내 삶을 간섭해 주시길 구하고, 하나님의 설득하심에 귀기울이고, 하나님에게 설득되어 믿음이 한 단계 한 단계 자라는 체험이 우리에게 더 필요하다고요.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게 구원받은 이후에 얼마나 대단한 인생을 사는지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하나님의 열심이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계시는지 증언하는 도구일 뿐이라니. 에디터도B is FREE…⭐ 왜 여전히 그 모양이냐며 스스로에게 쏟아붓던 비난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되네요. 그리고 동시에 저 역시 야곱과 같은 고백을, 부디 나를 설득시켜 달라는 간구를 올려드리게 됩니다.

혹시 구독자님도 신자이면서도 신자로서 만족함이 없고, 스스로를 향한 불만과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계신가요? 오늘도 한결같이 우리 삶의 한복판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주목해 보세요. 불변하고 여일한 이 열심 앞에 항복하고 자유를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