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참된 교회의 모습을 설명하며 ‘하나의 교회’를 참된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교회’는 교회의 숫자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는 하나의 교회란 교회를 이루는 지체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아래에서 순종하며 한 몸처럼 섬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은 서로 다르게 생겼고 위치한 곳도 제각각입니다. 그렇지만 저자의 표현처럼 ‘나’라는 한 몸을 위해 서로 섬기며 제 역할을 다합니다. 저자의 말을 읽으니 이런 섬김을 실천했던 110여년 전 금산교회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금산교회는 지난 1월 빛과소금에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금산교회는 원래 ‘김제의 갑부’ 조덕삼의 과수원 땅이었습니다. 어느 날, 경상도에서 17세 소년 이자익이 머슴살이를 하러 조덕삼의 집에 찾아옵니다. 조덕삼은 일찍 부모를 여의어 오갈 데 없는 이자익을 머슴으로 들이고, 성실한 그에게 글공부도 시킵니다. 그 무렵 자신의 집에 방문한 루이스 테이트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접한 조덕삼은 사랑채를 예배 장소로 제공하여 가족들과 머슴 이자익, 소작인들과 예배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조덕삼과 이자익은 함께 세례를 받고 집사를 거쳐 교회의 영수로 주님께 헌신하는 교회의 지체가 됩니다. 당시 영수는 목사와 장로가 세워질 때까지 교회 행정과 살림을 도맡아 하는 중요한 직분이었습니다. 이후 조덕삼은 자신의 돈과 땅을 헌신해 금산교회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교회가 점점 부흥하던 1907년, 1명의 장로를 세우는 장로 선거에서 조덕삼과 이자익이 나란히 후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결과가 뻔한 투표였을지도 모릅니다. 타지 출신의 가난한 머슴이었던 이자익과는 달리 조덕삼은 교회 건립의 핵심이자 지역의 대지주이고, 나이도 열두 살이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 이자익이 장로로 뽑히는 이변이 일어나게 됩니다. 당시 서울에서는 백정과 갖바치 등 신분이 낮은 사람이 장로가 되면 반발한 양반들이 교회를 따로 세워 이탈하던 때였습니다. 금산교회에도 큰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조덕삼은 “금산교회 성도님들은 참으로 훌륭한 결정을 해냈습니다. 저희 집에서 일하는 이자익 영수는 저보다 신앙의 열의가 훨씬 높습니다. 그를 장로로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섬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후 금산교회의 목사가 된 이자익과 2대 장로가 된 조덕삼의 이야기는 한국 교회사에 있어서 믿음의 본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섬김의 모습을 보인 이들을 보며 서로의 섬김을 존중하고 오롯이 주님의 몸 되신 교회를 위해 순종할 때 하나의 교회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김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혼자서는 모든 섬김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눈이 보고 입이 먹기에 몸이 온전히 기능하는 것처럼 교회 속 섬김은 상호보완적입니다. 내 섬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섬김도 귀하게 보는 것이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고, 말씀에 순종하는 섬김이 몸 되신 주님을 위해 행하는 섬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섬김의 역사가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실현되어야 함을 느낍니다. 내가 먼저 주님의 지체답게 사랑하며 섬기고 있는지, 다른 지체의 섬김을 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마음에 도전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