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위에 찌들어가고 매미 소리에 귀청 떨어질 거 같은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다들 무더위에 녹지 않고 잘 살아 계신가요? 전 손풍기, 양산, 아이스팩, 손수건 등 바리바리 들고 다니느라 가방이 터질 거 같아요. 구독자님도 부디 이 여름 잘 나시길 바라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사랑하는 주님과 친밀하게

구독자님, 오늘 하루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눈을 뜨고 분명 화장실, 또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을 거예요.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다고 해도 집안을 걷지 않고는 생활을 하기 어렵습니다. 몸이 아파서 제 발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만 있어야 할 때에나 걷는다는 것이 매우 소중한 능력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저 ‘이동의 편리성’에 대해 감사함을 가질 뿐, 걸음이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많이 걸으면 다리가 아프다’ 정도…? 🙄그런 걸음에 크리스천의 삶의 목적을 부여해 주는 글이 있습니다.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Promeneurs dans un parc, 1908, 오일, 캔버스, 46×55cm,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 프랑스

걷는 행위는 문화인류학자들이 인간을 짐승과 다른 존재로 여기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가장 많이 닮은 침팬지나 고릴라도 하루에 기껏 3km밖에 걷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떤 동물이 중력과 맞서 사람처럼 등뼈를 똑바로 세우고 대지 위에 서 있을 수 있습니까? 그렇게 먼 지평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까요?

두 발로 걷는 그만큼, 멀리 있던 풍경들이 우리의 눈앞에 딱 그만큼 다가옵니다.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풍경이 이야기를 잉태하고, 그 이야기가 다시 우리를 걷기의 역사 현장으로 인도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바퀴 위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자신의 생명의 몸무게를 발견하고 그 리듬을 발바닥에 기록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걷기의 역사는 몸과 생각의 역사가 됩니다. […]

지구 한 바퀴의 거리가 2만 4,901.55마일(약 4만 74km)이니까 예수님은 거의 지구 전체를 걸어 다니신 셈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걷기 사역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합니다.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영생을 얻게 하신 것이지요. 그러니 교회가 진짜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걸으셨던 하늘을 향한 영생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우리는 주말마다 교회로 걸어갑니다. 집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을 향하지도 않고, 교회를 향해 걸어갑니다. 걸어서 교회를 가고, 걸어서 나눔을 하고, 걸어서 모임을 하러 갑니다. 그것이 새 생명을 찾아 나서는 걸음입니다. […]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우리 몸이 튼튼해질 것이고, 누군가는 도움을 받게 될 것이며, 그로써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릴 수 있게 되겠지요. 기도 걷기로 모든 성도가 예수님처럼 지구 한 바퀴를 걷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누군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한국 교회와 세상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지 상상만 해도 신이 납니다.

이어령, 『먹다 듣다 걷다』

저자는 한국 교회가 해야 할 복지에 대한 제시를 위해 ‘걷다’라는 동사로 설명했습니다. 결국 복음을 알리기 위한 행위를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행위를 직접적인 복음 전도나 선교지로 떠나는 것에 맞추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의 걸음에서 영생의 길을 걷는 행위를 발견합니다. 매주 루틴으로 하는 교회 가는 걸음, 소그룹에 모이기 위한 걸음, 나눔을 위한 걸음에 초점을 둡니다. 더 나아가서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걷는 것, 그들을 생각하며 걷는 ‘기도 걷기’를 제안합니다.

걷기라는 단순 행위에서 이렇게 영적인 통찰과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싶어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의 사소한 행위로도 하나님은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을 보이실 수 있는 분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걸으면서 눈에 들어왔던 풍경과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 누군가의 영생에 일조할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라니!!

그저 나의 욕구를 향해 움직였던 내 몸뚱아리를 당장 눈에 보이는 목적지나 목표물이 없을 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생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뿌듯해졌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가장 쉬운 행위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 예수님을 따라 영생의 길을 걷는 일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매일같이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우리에게 먹고 듣고 걸을 수 있는 육신을 주셨습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걷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걷는 것입니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구독자님, 오늘도 걷고 있나요? 오늘은 머릿속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걸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