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사람들에게 《노타임롱씨》 뉴스레터를 소개할 때마다 늘 "책이 나를 찾아오는, 운명 같은 한 장과의 조우를 기대해 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매번 레터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진짜 매주 운명 같은 한 장을 만나는, 이 레터의 최대 수혜자는 사실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지금 제게 꼭 필요한 한 장들이 레터에 실릴 수 있다니! 아무래도 뉴스레터에 소개할 책을 제가 정하다 보니 😅 어쩌면 제가 일을 하면서 사심을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도 그런 한 장을 들고 왔어요 *^^* 이제 확인해 볼까요? 💌

평범한 한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7월이 이렇게 바쁠 줄이야 🫠 매년 여름이 그랬지만, 올해는 인생 첫 단기 선교 준비로 좀 더 분주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처음이지만, 사실 교회 공동체에서 단기 선교가 열린 것도 처음이에요. 그간 선교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는데, 올해 지역 사회와 열방을 섬기는 새로운 비전 아래 선교지로 첫 발을 내딛는 거거든요. 아무튼 그만큼 의미도 남다르고 준비도 순탄치가 않네요. 🤪 모두가 처음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기대하며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오늘은 그런 질문을 안고 일본 선교에 대한 책을 열어봤어요.

“선교사님, 저는 젊은 시절 믿음을 가진 후 일평생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왜 인생의 말미에 축복 대신에 암을 주셨을까요? 이제 저는 죽게 되는 걸까요?” […]

케이코 씨는 한달 간의 집중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였습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퇴원 후 교회에서 간증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입원 중에 신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습니다. 같은 병실에 암환자와 사귀게 되었는데 그녀는 병에 대한 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친구는 목사였는데 암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죽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병문안 온 사람들을 오히려 위로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한 달만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친구의 갑작스럽고 허망한 죽음을 지켜본 그녀는 ‘자신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던 친구의 말이 너무나 큰 거짓말로 느껴져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 후 7년 동안 친구와 친구의 하나님을 원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알고보니 그 목사님은 저도 잘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신앙심이 매우 깊은 분이었습니다. 신비하게도 저는 이 병실에서 친구의 친구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느끼고, 낙심한 그녀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친구 목사님은 결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그 친구 목사님이 ‘죽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우리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는 죽음을 경험하지만 영은 영원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그녀는 나의 말에 경청하였고 그녀도 우리의 만남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퇴원 후 저와 그녀는 계속하여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은 병상에서 저에게 새로운 삶의 목적을 주셨습니다. 복음과 영원한 생명을 전하라는 사명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병중에서도 건강하게 살려고 합니다. 병에 지지 않고 밝고 기쁘게 지내고 싶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며 앞으로 일어날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케이코 씨는 지역 기독교 사립대학교 채플에서 한 달에 한 번 설교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영원한 생명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간증을 나누며 은혜를 증거하는 증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양주한·이상덕, 『인구 1퍼센트, 나는 일본의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책은 몇 장 넘기다 보니 끝이 나더라고요. 전자책은 분량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몰랐는데, 다 읽고 나서 살펴보니 56페이지밖에 안 되는 책이었어요.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 기대하며 넘긴 다음 장에서 에필로그를 만날 줄이야. 진짜 이렇게 끝난다고? 뭔가 더 드라마틱한 간증이나 인사이트가 있는 메시지가 필요해 보였어요. 책으로 담아내기에 케이코 씨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인데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회심에 대한 기록처럼 느껴졌거든요. 아무튼 일단 끝까지 읽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의심에 찬 눈으로 읽어 내려간 에필로그, 그 한 장에서 이 책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니느웨의 사람들이 자기들과 동일한 삶의 좌충우돌을 경험하는, 삶의 다양한 애환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알기를 원하셨을 것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건 이 일본이라는 땅에 어떤 비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살고 있는지, 이 땅에 얼마나 특별한 은혜와 부흥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에필로그에서 이 문장을 마주하고 오늘의 한 장을 다시 들여다보니 일본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열심이 보였어요. 더디고 미약해 보일지라도 나를 부르셨던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이키시고, 나를 사용하시듯 이들을 통해 은밀히 일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바울을 통해 복음이 로마에 확산될 때도 그 중심지가 평범한 셋방이었어요(행 28:30-31). 셋방에 모여 복음을 전해 들은 열 명, 스무 명이 로마 전역에 소리 없이 누룩처럼 스며들어서 그 거대한 도시를 뒤집었잖아요. 제가 이걸 놓치고 있었어요. 하나님의 일은 이렇게 평범한 한 사람을 통해, 각각의 평범한 인생의 현장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요. 그리고 이 대목에서 문득 과거에 인상 깊게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시 한 편이 떠올랐어요.

"하나란 숫자가 세상에서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가를 나는 너무 늦게 알아갑니다."

덕분에 다가올 단기 선교에 대한 추상적이었던 기대를 바로 세우게 됐습니다. 마치 그곳이 셋방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올게요. 이 시간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을 자녀로 부르시고 그를 통해 그 나라를 회복시키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구독자님은 이번 여름 사역에 대한 어떤 기대를 품고 계신가요? 거시적인 목표도 좋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한 사람에 주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