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는 에디터 E입니다. 봄이라서 그런가, 오랜만에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계속 약속하고 있어요. 날이 좋은 덕분에 의지 내서 만나려고 하나 봐요. 하긴 저도 추우면 추워서 집에 가고 싶고, 더우면 더워서 안 만나고 싶으니까요. 그럼에도 절 기억해주고 연락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소명을 받았나요?

어릴 때 “E는 커서 하나님 일 할 애야”라는 얘기를 기도하는 어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혹하신 건지 부모님은 공부도 안 하는 저에게 이상한 기대가 있으셨지요. 그리고 처참한 성적표를 가져와도 크게 뭐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언젠간 잘 되겠지 싶으셨나 봅니다. 덕분에(?) 전 대학 졸업까지 공부를 잘 하지 못했어요. (부모님 죄송합… 🥲)

돌아보면 저 또한 어른의 말을 마음에 품고 자연스럽게 나는 하나님을 일을 하도록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더 공부를 안 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짜잔~” 하고 제가 잘난 사람으로 변신할 거라고 착각한 것 같아요. 그 착각은 친구들 다 취직하고 나만 반백수일 때 무참히 깨졌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본문을 통해서 소명과 관련해서 네 가지의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입니다. 공무원에게 소명은 대통령의 부르심입니다. 대통령의 전화 한 통 오면 이건 할렐루야입니다. 이건 장관을 하라든가, 뭔가 승진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에게 소명은 기업 총수의 부르심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소명은 이 세상 그 어떤 인간의 부름도 아닙니다.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두 번째 가르침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소명이 있습니다. 첫 번째 소명은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내시는 구원의 부르심입니다. 이건 우리 다 받은 것입니다. 아가펜 프로텐을 우리에게 임하게 하시고 우리를 불러 내셔서 에클레시아, 교회가 되게 하셨습니다.

두 번째 소명이 있습니다. 소명 이후의 소명입니다. 두 번째 소명은 구원의 소명, 부르심을 받은 이후에 일상의 소명입니다. 매일매일의 삶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의 삶을 살다가 결심하고 누군가가 신학교 가거나 누군가가 선교지를 향해서 떠나면 ‘저분들 소명 받았다’, 소명인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것도 소명입니다. 그러나 그 소명 역시 일상의 소명이어야 합니다. 목사 되는 사람 자신도, 선교사 되는 사람 자신도, 목사가 되고 선교사 되는 그 부르심만 소명이라고 생각하지 그것이 일상의 소명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목사와 선교사가 되어서 실족하는 사람, 우리 얼마나 많이 봅니까?

소명은 일회적이 아닙니다. 주님의 소명은 지속적입니다. 매일매일 임합니다. 우리가 보는 성경을 통해서, 주일 예배를 통해서, 우리의 묵상을 통해서, 믿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뉴스 보도를 통해서 주님은 각각의 방법으로 매일매일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게 하시고 부르십니다. 거기에 응답하는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우리 일상이 소명이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이 소명인 곳에 큰 소명, 작은 소명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소명에 어떻게 내가 응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이재철, 『말씀, 그리고 사색과 결단 2』

어릴 때 들은 말 때문인지, 아님 모든 젊은 크리스천들이면 한 번쯤은 고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꽤 오랫동안 소명에 관해 고민해 왔습니다. 성경을 많이 알아야지, 교회에서 평신도 사역을 열심히 해야지, 언제나 고운 말만 쓰고 경건해야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떡하니 주변에서 우러러보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왔습니다. 이런 환상은 저 역시 저자가 지적하는 “신학교를 가거나” “선교지를 향해” 떠나는 것만이 소명이라고 여기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에 준하는 세상적 성공이라도 성취했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었죠.

그러나 저자는 그런 특별한 부르심이 아닌 보편적인, 그리고 일상적인 소명을 말합니다. 첫 번째로는 우리 모두가 받는 하나님의 부르심, 두 번째로는 일상의 소명입니다. 심지어 소명인들이 받은 소명마저도 일상의 소명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제가 이 진리를 깨달은 건 학업이 끝나고도 한참 후였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자녀로 부르셨고 그렇기에 자녀로 순종하며 살면 된다고 말이죠. 이 책은 그때의 제 깨달음이 두 번째 소명에 대한 것임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사도 바울처럼 특별하게 예수님을 만나고 180도 바뀌지 않더라도 예수님을 안 순간 우리는 이미 부르심을 받았고 소명에 따라 하루하루 열심히 순종하며 사는 것입니다.

이런 부르심 또한 저자가 책에서 계속 언급하는 ‘아가텐 프로텐’, 하나님의 최상의 사랑에 의한 것입니다. 어떤 임무나 목적이 아닌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가 자녀로 부름 받고 일상의 소명에 사로잡혀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사랑 없이는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음을 다시 느낍니다.

누군가 보기엔 기독교 회사에서 일하게 됐으니 ‘소명인’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 어찌됐건 간에 전 오늘도 일상의 소명에 응답하며 살아갑니다. 구독자님도 저와 함께 일상을 응답하며 살아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