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저는 평소에 구황작물과 달걀 정도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인데요. 🥔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속이 편하고 몸이 무거워지지 않아 좋더라고요. 그러다 종종 외식할 기회가 생기면 밥다운 밥을 먹곤 하는데, 얼마 전에는 팀원들과 함께 낙지덮밥을 먹게 됐어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매콤하고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 아! 이렇게 먹는 즐거움이 2배가 된다는 장점도 있네요. 구독자님, 밥 잘 챙겨드시고 있나요? 한국에서 밥 걱정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새해에는 좀 더 든든히 챙겨드세요! 올해 많은 일들을 감당할 때, 우리 영에는 은혜가, 육체에는 밥심이 큰 동력이 될 테니까요.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약한 사람도 해낼 수 있어요

2024년 3주 차, 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뭐든 해낼 기세로 파이팅 넘쳤던 것 같은데, 지금 제 모습은 바람 빠진 풍선 같아요. 올해 맡겨 주신 일들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제 능력 밖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은 고등부 예배, 생사를 다투는 희귀병과 싸우는 순원을 위해 기도를 쉬지 않아야 할 책임, 호기롭게 시작한 총무 사역 속 몰아치는 회의와 수북이 쌓여가는 행정적인 일들. 앞으로 한참 더 가야 할 길이 두렵게 느껴지고 자신 없어지더라고요. 그때, 오늘의 한 장을 통해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돌을 굴려 버리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됐어요.

두려움 씨는 자신이 가려는 곳에서 자신을 받아 주지 않을까 봐 늘 전전긍긍했지요. 그곳에서 자신을 조금이라도 반대한다는 말을 들으면 금방 풀이 죽어서 주저앉았답니다. (…)

글쎄, 제 주인께 보내는 추천서를 품에 간직하고서도 그러고 있었다니까요.

그 편지에는 ‘그를 받아 주고 편히 쉬게 한 뒤, 그는 심약한 사람이니 강하고 용감한 안내자를 붙여 주라’는 부탁의 글이 적혀 있었지요. (…)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입구에 와서는 정말 꼼짝없이 그를 잃는 줄만 알았습니다. 어찌나 공포에 심하게 사로잡혔던지 그야말로 숨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그가 그 골짜기를 지나는 동안에는 너무도 조용했다는 거예요. 그 전에도 그 후로도 그 골짜기가 그렇게 고요한 적은 처음 봤어요. ‘이곳 적들이 두려움 씨가 지날 때까지 난동부리지 말라고 우리 주님께 특별한 명령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

그는 다리가 없는 강에 도착해서는 다시 우울해졌어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는데 이제 꼼짝없이 물에 빠져서 보고 싶던 그분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고 두려워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정말 특별한 일이 벌어졌어요. 그 강의 수위가 놀랄 정도로 낮아졌지 뭡니까? 내 평생에 그 강의 수위가 그렇게까지 낮아진 건 처음 봤어요. 덕분에 그는 몸도 별로 젖지 않은 채로 그 강을 건너갔답니다.

존 번연, 『천로역정 2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천로역정의 두 번째 이야기는 순례길에 오른 약한 사람들을 주목해요. 그리고 하나님이 그들의 등을 어떻게 밀고 가시는지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연약하고 힘이 없는 자들을 버리시지 않고, 이들의 순례 여정에 좋은 친구가 되셔서 필요를 세심하게 채워주시는데요. 등장인물들 몇 명의 간증을 나눠 볼까 합니다.

긍휼 : 꿈속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제 마음의 완악함을 한탄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날개가 있는 분이 제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분은 곧장 제게로 오더니 “긍휼아, 왜 힘들어하느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셨답니다. 제 하소연을 들은 그분께서 “평안할지어다”라고 말하며 손수건으로 제 눈물을 닦아 주시더니 황금처럼 빛나는 옷을 제게 입히시지 뭐예요. 제 목과 귀에 목걸이와 귀걸이도 걸어 주시고 머리에는 아름다운 관도 씌워 주셨지요. 그러고 나서 제 손을 잡고 “긍휼아,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약한 마음 : 저는 몸도 마음도 전혀 강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이 길이 시작되는 좁은 문에 이르렀을 때 그곳 주인께서는 저를 아낌없이 환대해 주셨어요. 제가 허약하게 생겼다거나 마음이 여리다고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제게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주시고 끝까지 소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지요. 크나큰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곤고의 산이 제게는 너무 버겁다고 판단해 그 집에 있는 한 종을 제게 붙여 주셨지요. 그 종이 저를 산까지 업어 주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실 때, 우리는 때때로 주춤하며 이 길은 흠 없이 거룩하고 담대한 사람만이 걸을 수 있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로역정 2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천성 문 앞에 이른 사람들의 이름은 (스포일러 주의) 두려움, 약한 마음, 멈추기 직전, 의기소침, 왕겁쟁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세요.

우리가 다 같은 험난한 길을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그 여정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요. 누군가는 안내자와 함께 걷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업혀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다리가 없는 강을 쉽게 뛰어넘어요. 하나님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그 길에 틈틈이 개입하시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어떤 순례자이건 실패하지 않고 그분의 문에 이를 수 있는 것이고요.

구독자님, 지금 내 앞에 놓인 길이 너무 멀고도 험해서 주저하고 계시나요? 혹은 이미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힘겨운 길을 걷고 계세요? 우리의 손을 잡고 끌어 주실, 모든 순례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힘내어 걸음을 내디뎌 보세요. 우리가 하나님께 간청할 때마다, 하나님은 즉시 빛과 구원을 보내셔서 길을 열어 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