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B입니다. 이제야 제법 봄 같은 날씨 덕에 산책하기가 좋아졌어요. 구독자님은 산책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점심시간에 잠깐 여유가 되더라도 사무실 밖을 잘 나가지 않는 편인데요. 며칠 전, 의도치 않게 점심시간에 7,000보를 걸었던 적이 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좋은 거 있죠. 뭐랄까, 제 몸과 마음이 환기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자주 나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다음 날 나가려니 좀 귀찮더라고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아무래도 누군가 저를 끌어내지 않고는 제 발로 사무실을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레터를 읽고 계시는 동료 여러분, 종종 제게 산책을 권해주세요 🚶🏻‍♂️🍃 이 봄이 지나기 전에 부지런히 산책의 즐거움을 누려보자고요!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십자가를 생각할 때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고 인생이 변화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였어요. 그때 만난 호랑이 교회 선생님의 강압에 못 이겨 꾸역꾸역 시작하게 된 제자반 수업에서 복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듣게 되었거든요. 사실 이전에도 수없이 들었던 내용이었을 텐데, 신기하게 그날에서야 그 진리가 사실이라 확신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성령이 역사하시고 또 제 속에 통회하는 심령을 부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이 내가 버림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신 버림받으셨다는데, 그 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 제 모습이 죄송스러워 눈물로 회개하게 되더라고요. 그땐 그 대속의 은혜에 대한 벅찬 감동이 있었는데,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는 그렇게 휴지를 뽑아대면서, 십자가를 생각할 땐 제 마음이 냉랭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한 장이 메마른 제 영혼에 단비를 내려주었어요.

이런 어둠이 내렸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이 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누구를 심판하고 계셨던 것일까?

제 육 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 구 시까지 계속하더니 제 구 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막 15:33-34).

아들이 영원 전부터 사랑을 나누던 아버지께 버림을 받았으니 그 충격은 가히 상상할 수도 없다. 무한히 오래된 사랑, 더없이 완벽한 사랑. 예수님은 그것을 잃으셨다. 영원한 춤에서 배제되셨다. 예수님은 우리가 버림을 받지 않도록 대신 버림을 받으신 것이다. 우리에게 쏟아져야 할 심판이 대신 예수님께 쏟아졌다.

여호와께서 야곱의 영광을 두고 맹세하시되 내가 그들의 모든 행위를 절대로 잊지 아니하리라 하셨나니…그날에 내가 해를 대낮에 지게 하여 백주에 땅을 캄캄하게 하며 너희 절기를 애통으로, 너희 모든 노래를 애곡으로 변하게 하며(암 8:7-10).

이는 우리의 운명이었다. 이 운명을 바꿀 방법은 오직 예수님의 죽음뿐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이 십자가로 가셔야만 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목적지였던 절대 어둠 속으로 떨어지셨다. 그분은 우리가 당해야 마땅한 죽음을 대신 당하셨다. 덕분에 우리는 이 심판에서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밝은 품 안에서 살 수 있다. (…)

유명한 실존주의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조차도 십자가를 보면 고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신인(神人)도 고난을 겪는다. 인내로 고난을 겪는다. 신인도 파괴되고 죽는다. 골고다의 밤이 인간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그 어둠 속에서 신인이 기존의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깊은 절망을 포함한 죽음의 고뇌를 끝까지 견뎌 냈기 때문이다.

백부장은 예수님의 부르짖음을 들었다. 당신도 귀를 기울여 보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귀를 기울여 이 절규를 들어 보면 백부장이 보았던 아름다움과 다정함을 당신도 볼 수 있다. 당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 탓에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잃어버리신 예수님, 그분을 보면 당신의 무정한 마음이 녹아내릴 것이다. 당신이 누구든 눈이 열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팀 켈러, 『팀 켈러의 왕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본다고 나름대로 고난주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도 해보고, 특별새벽기도회를 애써가며 깨웠는데도 이상하게 제 마음이 냉랭했어요. 찰스 스펄전은 십자가를 묵상할 때마다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했다는데, 저는 예수님이 나를 위해 하신 일을 생각할 때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고, 십자가를 생각할 때 감동이 되지 않고, 눈물이 흐르지 않더라고요. 은혜를 안다 안다 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왜 내 마음이 냉랭할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수님이니까. 하나님이니까. 하나님은 인간을 너무 사랑하시니까 독생자를 내어주실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수님은 사명 의식이 뚜렷하셨으니까 어떤 고난도 넉넉히 감당하실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입 밖으로 꺼내본 적 없는 생각이지만, 제 마음의 심연에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오늘의 한 장을 통해 깨닫게 됐어요.

저자가 십자가 사건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예수님이 잃으셨다"는 표현은 저로 하여금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아쉬울 것 없이 기꺼이 묵묵히 달려 계신 줄로만 생각했던 예수님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또 잃는 아픔을 느끼면서 저기 달려 계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못해 아리더라고요. 그리고 복음을 처음 들었던 그날처럼, 그 무한한 자비와 사랑에 무지했던 지난날을 통회하게 됐습니다. 십자가 형벌을 마주한 예수 그리스도의 비하인드는 오늘의 한 장뿐 아니라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예수님은 죽음 직전에 제자들과 하나님, 그리고 마가복음의 독자들에게 속마음을 완전히 털어놓으셨다. 죽음에 관한 두려움과 고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셨다. "아버지, 이 잔을 내게서 옮길 방법이 없습니까? 이 무거운 짐을 벗을 길이 없습니까? 이 임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겁니까?"

구약에서 '잔'은 인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상징한다. 예수님은 영원 전부터 아버지와 성령과 춤을 추셨기 때문에 그분이 아버지를 의지할 때마다 성령의 사랑이 그분 안에 충만했다. 하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분이 아버지를 의지했을 때는 분노, 암흑, 틈, 공허의 잔만 눈에 들어왔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로부터 분리될 때 일어날 무한한 영적, 우주적 붕괴를 겪기 시작하신 것이다. 단지 그 붕괴를 약간만 맛보셨을 뿐인데 극심한 동요가 찾아왔다.

내가 잃었어야 할 것을 예수님이 잃으셨고, 거기서 극심한 영적 공허와 고뇌를 느끼셨다는 사실에 제 마음이 겸손해졌습니다. 그럴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깊은 절망을 포함한 죽음의 고뇌를 끝까지 견뎌낸 그 사랑을 깊이 묵상해 봅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나를 위하여 절대 어둠 속으로 떨어지신 은혜를 이제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해 봅니다. 그리고 그 희생이 결코 미련하고 공허한 죽음이 아니었음을 선언하신 부활의 은혜를 진정으로 찬양합니다. 그 사랑과 능력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진실한 감사와 감격의 노래를, 나도 예수님을 절대적인 목적으로 삼고 살겠다는 결단을 올려드릴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구독자님, 오늘, 당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 탓에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잃어버리신 예수님을 마음에 그려보세요. 참 하나님이신 동시에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절망과 고뇌를 느낄 때, 우리의 무정하고 냉랭한 마음이 녹아내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