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Y입니다. 여름 내내 기다렸던 가을이 드디어 온 것 같습니다. 9월까지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쌀쌀함이 생경하기도 합니다. 😅 파란 하늘, 몽실몽실한 구름! 마음 같아선 날씨가 항상 가을 날씨 같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책도 읽고 산책도 하며 가을을 만끽하려고 해요. 따뜻한 라테도 마시면서요. ☕ 구독자님도 가을의 시작을 즐겁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문학과 함께하는 이 가을

재미있는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에 푹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책의 내용을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끼기도 해요. 저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마룻장이 노는 야트막한 마루를 질끈 밟고 올라간 용이는 댓살로 엮은 방문을 열고 큰 키를 반이나 접듯 허리를 꾸부리며 안으로 들어간다.”라는 부분을 읽을 때였어요. ‘질끈’이라는 묘사가 실감나서인지, 초가집 마루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초가집 특유의 낮은 문 때문에 몸을 굽히는 인물의 모습도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고요. 책 속 배경인 하동군 평사리에 제가 간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작가의 문장에 감탄했답니다. 구독자님도 책 내용을 실감나게 느꼈던 적이 있나요?

문학 덕분에 우리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다른 경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만큼 그 간접 경험이 안겨 주는 가치 역시 모두 같지 않다. 그런데 그중 유독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 관심이 가는 까닭은 당연히 사람마다 다 달라서 보편성(“현실 그대로다!”)일 수도, 파격(“정말 희한하다!”)일 수도, 아니면 아름다움, 무서움, 외경심, 신바람, 동정심, 코미디, 단순한 통쾌감 등일 수도 있다. 문학은 이 모두를 아우른다.

우리 가운데 평생 진정한 독서가로 살아온 이들은 여간해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의 존재가 엄청나게 확장된 것은 작가들 덕분이다. 좀체 책을 읽지 않는 친구와 대화해 보면 이 점이 제대로 와닿는다. 그는 아주 선량하고 사리 분별력도 꽤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사는 세계는 너무 작다. 우리라면 아마 그 속에서 숨이 막힐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결국 자아 이하가 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내 눈만으로 부족하기에 타인의 눈으로도 볼 것이다. 여러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현실만으로는 부족하기에 타인이 지어낸 허구의 세상도 볼 것이다. 온 인류의 눈으로도 부족하다. 나는 동물이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동물도 책을 쓴다면 생쥐나 꿀벌에게 사물이 어떻게 비치는지 아주 즐겁게 배울 것이고, 온갖 정보와 감정으로 가득한 개의 후각 세계도 더 즐겁게 탐색할 것이다.

문학적 경험은 개성이라는 특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개성이 입은 상처를 치유해 준다. 상처를 치유해 주는 집단적 감정들도 있지만 그것들은 개성이라는 특권을 파괴한다. 집단적 감정 속에서는 우리 개개의 자아들이 서로 뭉뚱그려지면서 개성이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문학을 읽으면 나는 천의 인물이 되면서도 여전히 나로 남아 있다.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도 무수한 눈으로 보지만, 보는 주체는 여전히 나다. 예배할 때나 사랑할 때, 또 도덕적 행위를 할 때나 지식을 얻는 순간처럼, 독서를 통해서도 나는 나를 초월하되 이때처럼 나다운 때는 없다.

C.S. 루이스, 『책 읽는 삶』

저자는 자타공인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로 유명했습니다. 그런 저자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저자의 독서 경험과 생각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눠줍니다. 저자의 수십 년 내공이 녹아 있는 독서 경험담인 만큼 구독자님에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구독자님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자는 책을 읽을 때 우리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더욱 나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의 안내를 따라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21세기 서울에 있는 제가 《토지》를 읽을 때만큼은 구한말 평사리에 가 있던 것처럼요. 만약 우리가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집어 든다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컴컴한 뒷골목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를 보며 톨스토이의 눈을 빌린다면 제정 러시아의 사교계를 관찰할 수 있어요. 멜빌의 안내를 따라 배에 탄다면 모비 딕이 일으킨 물보라에 홀딱 젖고 맙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는다면 옷장 너머 나니아로 갈 수 있고요. 이렇게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문학적 경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세계관을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경험의 확장과 함께 저자는 “문학을 통해 형성되는 나다운 나”를 강조합니다. 문학을 읽을 때 내 생각과 작가의 생각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상을 보며 나의 가치관과 성품을 비춰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의 일부가 된 생각하는 힘과 가치관을 통해 우리는 나와 타인,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추게 됩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독서를 통해 나를 초월하되, 여전히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문학 작품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대한 문학 작품들 역시 하나님께서 작가들에게 주신 지혜와 상상력의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문학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저자를 보며 독서를 통해 저자의 영혼이 얼마나 풍성해졌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성한 영혼을 가진 저자였기에 하나님께 더 많이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결국 자아 이하가 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렬한 표현인 만큼 그 감옥(?)에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꺼내 오고 싶은 저자의 소망이 느껴졌거든요. 다른 저서들에서 복음을 전하던 것만큼이나 열심히 독서, 특히 문학 독서를 권하는 저자를 보며 ‘그 좋은 문학 독서, 저도 같이 할래요!’라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구독자님에게 오늘의 한 장을 보내드리고, 저도 이번 가을엔 어떤 문학 작품을 읽을지 고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오늘의 한 장을 보며 구독자님에게도 문학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구독자님은 어떤 문학 작품을 좋아하시나요? 구독자님과 함께 독서하는 가을을 보내고 싶어요. 🥰